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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는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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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라면업계에선 '불닭볶음면'을 내세운 삼양식품이 매출이 2배 큰 농심보다 영업이익이 2배 많은 기이한 역전 현상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통상 매출 규모가 큰 업체가 영업이익도 많이 낸다. 수출 비중과 고정비 차이에서 희비가 엇갈린 사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3조4387억원으로 삼양식품(1조7300억원)의 2배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삼양식품이 3442억원으로 농심(1631억원)의 2배를 웃돌았다. 우열이 뒤바뀌었다.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영업이익률은 농심이 4.7%, 삼양식품은 19.9%다. 삼양식품이 업계 내 '마의 5%'를 넘어 선 것이다. 식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5%를 넘기 힘들다.
'수출'이 전체 수익성이 끌어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농심은 37%였는데 삼양식품은 81%나 됐다. 농심은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편이다. 하지만 마진율은 해외가 훨씬 높다. 라면 가격이 국내보다 해외가 높아서다. 해외 소비자들은 국내와 달리 가격에 대한 저항이 크지 않고 정부도 한국처럼 가격 통제를 하지 않는다. 국내에선 라면업체들이 최근 2년(2023~2024년)간 정부 요청에 따라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고환율로 환차익도 더해지면서 수출하는 업체의 마진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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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과 삼양의 실적 차이/그래픽=이지혜 |
과자업체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출 비중이 20%대로 비교적 낮은 롯데웰푸드가 매출이 뒤진 오리온에 수익성이 밀렸다. 매출은 롯데웰푸드가 4조443억원, 오리온이 3조1043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오리온이 5436억원으로 롯데웰푸드(1571억원)보다 훨씬 컸다. 실제로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 '초코파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오리온의 영업이익률도 17.5%에 달했다.
'고정비' 차이도 뚜렷했다. 삼양식품은 초대박 히트 상품인 불닭볶음면 한 제품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과 짜파게티, 너구리, 안성탕면 등 다양한 상품이 골고루 팔렸다. 농심 쪽의 고정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단 얘기다. 라면은 하나의 설비에서 여러 종류의 상품을 생산하고 이를 바꿀 때마다 설비 설정 등을 바꿔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또 라면이라고 다 같은 면을 사용하는게 아니다. 면발이 오동통한 너구리에만 해당되는게 아니란 것이다. 얼핏 보기에 차이가 없는 듯한 신라면과 안성탕면의 면도 맛과 식감, 국물과 조화를 달리해 만든다. 설비를 전환할 때 기계를 멈추는 시간과 비용이 농심엔 꾸준히 누적되면서 고정비로 돌아오게 된단 설명이다.
식품기업들이 갈수록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할랄(이슬람식) 인증을 받아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롯데웰푸드도 인도에 신공장을 준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K-푸드 열풍에 변수가 될 것"이라면서도 "소비자 물가에 식품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친단 점에서 미국이 수입 식품까지 높은 관세를 매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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