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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 (화)

"트럼프 떠오르네" 흥행수익 2조원…중국 휩쓸고 북미 노리는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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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애니 '너자2', 아시아 첫 박스오피스 15위권
최종 수입 19.7억달러 전망도..인피니티워 수준
서유기 기반 게임 '오공' 이어 전통 콘텐츠 활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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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언론사드리 너자2 흥행을 축하하며 만든 이미지./사진=글로벌타임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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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대 최고 흥행영화인 애니메이션 '너자2'(중국 제목 나타:악동의 바다소동)가 티켓판매 100억위안(약 1조9800억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도 아시아 영화 중 최초로 2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북미 개봉을 앞두고 미국 영화시장에서까지 환영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너자2가 중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2억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가 됐고, 슈퍼마리오브라더스무비나 블랙팬서 등 글로벌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아시아 영화 최초로 글로벌 박스오피스 20위권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너자2의 티켓판매액 100억위안은 달러로 환산하면 약 13억7000만달러다. 글로벌타임스가 예시한 기존 16위 슈퍼마리오브라더스(13억6200만달러), 17위 블랙팬서(13억5000만달러), 18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3억4200만달러)을 웃돈다.

너자2의 흥행 순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춘제(음력설)에 개봉해 중국에서도 여전히 흥행몰이 중인데다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에도 개봉했다. 최대 영화시장 중 하나인 북미 개봉도 앞두고 있다. 당장 박스오피스 내 14억달러대 기록을 보유 중인 탑건2(14억9600만달러)나 겨울왕국2(14억5400만달러), 바비(14억4600만달러), 어벤저스 에이지오브울트론(14억500만달러) 등도 사정권이다.

중국이 기대하는 최종 성적표는 더 높은 곳을 향한다.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마오옌은 너자2의 누적 박스오피스 수익이 최종적으로 143억5000만위안(약 19억7000만달러)에 달할 거라고 내다봤다. 애니메이션 중 단연 1위이며, 역대 박스오피스 전체 순위에서도 '어벤저스 인피니티워' 급인 6~7위권이다.

너자2는 지난 2019년 개봉해 50억위안의 수익을 내며 성공한 '너자 : 나타지마동강세'의 후속편이다. 16세기 명나라 요괴소설 '봉신연의'를 기반으로, 중국 신화 속 요괴인 너자(나타)를 주인공으로 했다. 그럼에도 너자2는 전작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평이 지배적일 정도로 전작과는 독립적인 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너자 1편은 어둠의 마왕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너자가 이 운명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었다. 너자2는 하늘의 재앙으로 육신이 사라지고 영혼만 남은 너자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육신을 복원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너자2의 흥행은 최근 중국에서 일반화하고 있는 고전 활용 공식을 따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중국에선 서유기 주인공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하는 '검은신화 : 오공'이 출시 한 달 만에 우리 돈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둘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고전 신화를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비디오게임으로 각색하는 것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모델이며, 현대사회의 가혹한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도 적다"고 진단했다.

너자2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중국 콘텐츠 산업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지 못하고 고전에 대한 향수나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산업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너자2 역시 고전을 기반으로 한데다 중국인들의 반미주의를 자극해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주인공인 너자가 천상계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내용이 전개의 핵심인데, 천상계의 1인자인 신선 무량선옹이 힘을 과시하는 장면은 국제사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미국을 연상시킨다. 또 천상의 궁전인 옥허궁의 외형은 미국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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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자2./사진=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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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코드 논란 속에서도 너자2의 흥행은 침체된 중국 경제에 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이다. 특히 중국 정부 최대 고민인 내수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내수 소비의 중요 척도인 영화시장에 활기가 돈다는 점은 중국 정부로서는 쌍수를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난해 4.8% 경제성장률 달성으로 목표인 5% 도달에 사실상 실패한 중국 경제 상황은 심상찮다. 각종 지표들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소비심리 부진으로 지난해 대부분 프랜차이즈 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도심 내 첨단 빌딩들의 공실률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진다. 기업들의 수익도 대부분 악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산 AI(인공지능)인 딥시크(DeepSeek)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등 미래 기술들이 각광받고 있으나 당장 돈이 되는 기술은 아니다. 중국산 AI 기술의 효율이 주목받는 가운데서도, AI 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이미 초격차를 확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주력하는 기술들이 실제로 중국 경제를 추동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다.

반면 너자2는 실제 돈이 된다. 너자2 제작사인 광선미디어가 너자2로 지금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15억위안(약 2974억원)에 달하는데 광선미디어의 지난 2023년 연간 매출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제작사만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지난해 중국 전체 박스오피스 티켓판매금액은 전년 대비 23% 줄었다. 그런데 너자가 개봉 일주일여만에 벌어들인 매출이 작년 중국 전체 영화 매출의 20%에 육박한다.

너자2 콘텐츠를 활용한 굿즈 등 연관 시장에도 활기가 돈다. 피규어(모형) 등 관련 상품은 모두 매진임에도 예약주문이 쇄도한다. 각종 유제품은 물론 휴대폰, 자동차 등과도 협업제품이 연이어 출시된다. 너자의 고향을 자처하는 지자체들도 너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톈진(천진)시가 허시구 내 천탕촌 마을을 봉신연의에서 너자가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라고 홍보하며 관광객들을 모으는 게 대표적 사례다.

너자는 조만간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다. 너자2의 해외배급을 맡은 CMC는 "북미에서 너자2는 700개 이상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라며 "지난 20년간 북미서 개봉된 중국 영화 중 가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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