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골든타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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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왼쪽부터)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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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본격화했지만, 한국은 무방비 상태로 협상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모두 직무를 정지당해 정상 외교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한 일본과 달리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는 트럼프와 통화도 못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소한 ‘권한대행 총리’ 체제는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때 황교안 권한대행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통화하고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정상 외교를 수행했다. 경제 전문가 4인에게 최근 사태와 관련한 해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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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
대통령이 지금 정상적으로 정부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힘든 판국에, 정부 리더십이 불확실성으로 점철돼 있으니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에 대처가 가능하겠나. 정치권이 정부와 관료들의 발목은 안 잡아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공직자들은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다. 사무관, 과장 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의 90% 이상을 가져오는데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여러 상황에 대해 잘 대처는 하고 있지만,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일이 몰려 있다. 어디 사고가 나도 달려가야 한다. 지금처럼 경제가 비상 상황일 때는 경제부총리는 경제 대응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 우리가 살길은 다른 나라와 벌이는 경쟁에서 앞서는,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품목 몇 가지를 가지는 것인데, 그게 지금 안 보인다. 정치와 사법이 하루빨리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태리프 맨(tariff man)’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관세 문제는 본인이 키를 쥐고 움직이고 있다. 정상 간 대화나 합의가 관세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국의 리더십 부재는 뼈아프다. 트럼프라는 사람의 특성상 ‘권한대행의 대행’에 대해서는 통화도, 만남도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4월 1일 상호 관세가 정해지기 전까지 치열하게 이뤄지는 만남과 타협에서 우리만 소외될 수 있다. 이러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수출 품목이 고스란히 위기를 맞는다.
여야 대표와 최 대행이 함께 방미해 대화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그나마 방법이다. 한덕수 총리가 복귀하면 국정 전반은 총리가 담당하고 최 대행이 경제를 미시적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구윤철(서울대 특임교수) 전 국무조정실장
트럼프 정부의 패턴을 보면 ‘관세로 협박→ 협상’의 반복이다. 관세 카드는 어디까지나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 카드다. 이걸 모르는 나라가 없고, 미국도 중국 정도를 제외하면 여타 교역국과 치열하게 협상하려는 것이다. 우리도 트럼프가 언급한 조선(造船)을 비롯해, 대미 투자를 활발히 한 자동차, 반도체 등 대응 카드가 있다.
문제는 이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서 미국에 적시에 협상 카드로 내밀 수 있는 리더십이 없다는 점이다.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의 한계는 단순히 미국과 연락이 안 된다, 원활하지 않다 하는 측면이 아니라, 우리의 카드가 정리되지 않고 협상에 책임을 쥐고 몰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무 라인에서 가능한 협상 카드를 추려내더라도, 미국에 신뢰 가능한 협상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리더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차기 리더십 선발 이후에 최우선적으로 협상에 나서겠다”고 설득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류성걸(전 기획재정부 2차관) 전 국민의힘 의원
한국이 미국 통상 당국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제대로 된 협상을 하려면 국내 정치 리더십 회복이 절실하다. 미국의 강점과 약점을 들여다보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심판과는 별개로,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이라도 빨리 결정을 내려 그를 복귀시켜야 한다. 그래야 최상목 부총리가 경제·통상 문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내의 정치적 상황이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한 총리의 빠른 복귀가 당장 어렵다면 우선 최 부총리가 정부 내에 무역·통상과 관련한 특별팀을 꾸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에, 특별팀이 매일 아침 통상 이슈를 점검하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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