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 중
남북 긴장 고조마다 남측 시설 파괴
관계 단절 지속..."대남 흔적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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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13일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마지막 우리 정부 시설인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뒤 지속된 남북 단절 조치가 화해와 평화의 상징을 파괴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진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의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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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동현 기자]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측 시설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이산가족 면회소를 일방적으로 철거 중이다.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이후 지속했던 남북 단절 조치가 화해와 평화의 상징을 파괴하는 조치로 비화하는 형국이다.
14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이산가족 면회소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최근 포착된 정황을 살펴보면 북한은 면회소 본관 꼭대기 층 전망대와 건물 외벽의 타일을 벗겨내고 있다. 이어 본관 양쪽에 있는 부속 건물 2곳의 벽체를 해체 중이다.
이산가족 면회소는 남북 인도주의 교류에 있어 최후의 보루로 꼽힌다. 지난 2002년 제4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남북협력기금 550억원을 들여 2008년 7월 완공된 곳이다. 여기에서만 2009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제17~21차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이산가족 면회소가 철거된다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물들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북한은 지난 2022년부터 금강산 관광지구 내 현대아산 등 민간이 소유한 해금강호텔과 온천, 골프장 등 관광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정부 자산인 소방서를, 지난해 12월에는 아난티 골프장 클럽하우스 건물을 철거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해체를 결정한 배경에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발생한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있다. 당시 북미 회담은 아무런 성과 없이 파행됐고 그 여파로 북미, 남북 대화가 줄줄이 중단됐다. 남북 관계는 역시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이 있던 해 10월 금강산 지구를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은 싹 드러내고 새로 건설하라"고 명령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 관계 부문과 협의한 뒤에 철거하라"는 언급을 덧붙였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남북 간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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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측 시설물 파괴는 남북관계 단절을 위한 '대남 흔적 지우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지난 2020년 6월 17일 보도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장면. /조선중앙TV캡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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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후 남북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며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관련 시설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 16일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 당시 설립된 곳으로 남북 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시설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북한과 지속적인 소통을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됐다. 북한은 2023년 말부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정의하고, 선대가 유지했던 통일과 민족 중심의 통일 노선도 폐기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폭파하며 남북 단절 조치에 돌입했다. 당시 북한은 "주권 행사 영역과 한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군사적 조치"라고 강변했다.
정부는 북한의 이같은 남측 시설 철거를 '대남 흔적 지우기'로 분석했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이번 면회소 철거도 그 연장선상으로, 대남 흔적 지우기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koifla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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