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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부산 호텔 공사장 화재 6명 사망… "인테리어 자재가 대피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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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현장에 불타기 쉬운 자재 쌓여
화염·연기 출입구 막아 대피 못한 듯
한국일보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불이 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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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호텔 신축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졌다.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건물 1층 출입구 주변에 있던 가연성 자재가 타면서 불길이 급격히 확산됐고, 화염과 연기가 출구를 막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컸다는 분석이다.

14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1분쯤 부산 기장군 연화리 복합리조트인 반얀트리 호텔 공사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오후 1시 34분쯤 초진됐지만, 작업 중이던 근로자 김모(64)씨 등 6명이 숨지고, 2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기를 마시거나 화상을 입은 부상자 중 일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2022년 4월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내 4만1,280㎡ 부지에 착공해 오는 5월 개장을 앞두고 있던 이 호텔에서는 화재 당시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호텔은 건물 3개동(A·B·C동)이 연결돼 있으며, 불은 가운데 있는 건물인 B동(지하 3층~지상 12층)의 1층 실내수영장 인근에 쌓여 있던 단열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도 모두 B동 1층에서 발견됐다. 소방이 신고를 받고 도착했을 당시, 이미 연기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소방 당국은 불이 난 곳에 인테리어 자재와 가연성 물질 등이 곳곳에 있어 불이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문식 기장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불과 연기로 출입구가 막히는 바람에 미처 대피하지 못했고, 대피로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잃어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목격자들도 B동에서 시작된 불이 중앙부를 태운 뒤 옆 동 건물까지 빠르게 확산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에서 만난 작업자는 “B동 지하 1층 천장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작업자들이 소화기로 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불길이 잡히지 않자 경보 벨이 울리고, 대피 방송까지 나와 현장에 있던 작업자 전원이 밖으로 나와 대피했다. 공사 현장 전체 작업자는 1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사장 관계자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20분 만인 오전 11시 1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낮 12시쯤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 작업을 벌였지만, 불이 가장 커지는 최성기여서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당시 깨진 건물 창문을 통해 화염이 치솟고, 많은 양의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재 현장과 약 1㎞ 떨어진 상점 내부까지 연기가 들어오기도 했다. 초진이 이뤄진 직후인 오후 2시쯤 찾은 화재 현장은 매캐한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고, 건물은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스프링클러 정상 작동과 관련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현장에서 용접 기구가 발견됐지만 화재 원인과의 연관성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119구조대는 헬기를 동원해 건물 옥상으로 대피한 14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화재 진압에는 소방 인력 349명을 비롯해 펌프 차량 25대, 탱크 차량 27대, 헬기 1대 등 모두 127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화재 관련해 30명 규모의 전담팀을 구성, 과학수사대와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화재 감식은 16일 오전 부산경찰청 과학수사대,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실시될 예정이다.


부산=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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