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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뜯긴 '탄핵찬성' 대자보 위 'STOP THE STEAL'…둘로 쪼개진 대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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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게시판에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 위에 '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라고 적힌 대자보가 붙어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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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길어지면서 대학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탄핵 찬성 여론이 거센 것과 달리 최근에는 찬반 진영의 공방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오는 15일 서울대학교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찬반 집회가 연이어 열린다.

1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에 위치한 게시판에는 탄핵 찬반 대자보가 뒤엉켜 붙어있었다.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 위 '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라고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일부 대자보는 뜯기거나 찢겨 있었다.

이날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는 '탄핵 반대 집회'를 홍보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집회 주최인 '탄핵반대서울대인연대'는 15일 오후 5시 서울대 아크로 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탄핵에 찬성하는 학생 모임인 '서울대 공동행동'도 탄핵 반대 집회를 규탄하는 맞불 집회를 15일 아크로 광장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집회는 탄핵반대서울대인연대의 집회가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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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탄핵 반대 서울대 집회 안내' 대자보가 붙어있다./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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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은 최근 등장한 탄핵 반대 여론에 믿기지 않는다는 분위기였다. 자연과학대 재학생 김경훈씨는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무력화한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이 충격적"이라며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 기존에 보이지 않던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탄핵 반대 의견이 대학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회과학대 19학번 김모씨는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는 단체에 소속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학생총회에서 대통령 퇴진 요구 안이 압도적인 찬성 비율로 가결됐던 것을 생각하면 주류 목소리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전체학생총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안건이 98.4% 찬성으로 가결된 바 있다. 당시 전체 2556표 중 2516표가 찬성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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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탄핵 찬반 대자보로 뒤엉킨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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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공론장 분열에 우려를 표하는 학생도 있었다. 인문대 석사과정생 이모씨(26)는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각자 할 말만 한다면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학내 소통이 불가한 현 상황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교내 정치적 의견차가 혐오로 치닫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탄핵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서로를 혐오하지 않고 상호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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