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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亞 반도체 기업 美 공장이 공급망 비효율 키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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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 애널리스트 "장기적으로 물류·인건비 증가 예상"

"亞서 쓰일 반도체를 亞 기업이 1만Km 떨어진 美서 생산"

반도체 공장 운영 총소유비용도 20% 넘게 미국이 비싸

다른 의견도..."팹리스 고객 미국에 많아 유리한 점 있어"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대만 TSMC나 우리나라 삼성전자처럼 아시아에 뿌리를 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공장 가동에 돌입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공급망의 비효율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마트폰·노트북·인공지능(AI) 서버 등 반도체가 쓰일 제품들이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아시아 기업이 아시아가 아니라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게 되면 과거와 달리 제품이 1만Km를 추가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 운영에 필요한 '총소유비용'(TCO)도 미국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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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자리한 TSMC 공장 전경. [사진=TSMC 애리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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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USA'의 값비싼 대가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팹에서 애플의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6 바이오닉' 칩을 대량 생산할 준비를 마치고 최종 품질테스트를 받고 있다.

당초 TSMC는 지난해 애리조나 팹에서 아이폰용 AP를 생산, 공급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매운맛'에 일정을 연기해야 했다.

현지 인력 채용부터 어려운 데다, 대만과 인건비 차이도 컸다. 미국인 직원을 채용을 했더라도 문화차이의 벽에 부딪혔다. TSMC는 지난해 애리조나 팹을 퇴사한 직원으로부터 '인종차별'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애리조나 팹에서 본격적인 칩 생산이 시작된 후에는 공급망의 비효율성 문제가 떠오를 전망이다.

TSMC는 그동안 대만에서 아이폰용 AP를 생산해 중국,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 있는 폭스콘 생산기지로 보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비행 시간 1~2시간, 인도와 말레이시아도 3~5시간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아이폰 생산 기지가 있는 아시아 국가로 이동하려면 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완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저서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미국의 칩스법으로 당장의 팹 건설비 일부를 돌려받으니 재정적인 부담은 덜 수 있겠지만, 공장은 한 번 지으면 20~30년을 운영해야 한다"며 "보조금은 공장 가동 후 몇 년이 채 되지 않아 소진될 것"이라고 썼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가별 중위임금을 비교해보면, 미국은 한국보다 43%가량 높다"며 "소득이 임금과 비례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미국 인건비가 한국보다 43%는 비싸다는 가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AI 서버용 칩 수주를 받아 미국공장에서 생산하더라도, 결국 서버는 중국과 대만의 생산자개발방식(ODM) 업체들이 주로 만들기에 다시 아시아로 이동한다"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순전히 미국 정부 입장에서 좋은 일이지 기업들은 좋은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반도체 생산국가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에 첨단 로직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총소유비용'(TCO)은 한국, 대만, 중국, 싱가포르보다 최대 28% 비싸다.

첨단 로직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고 운영하는 자금이 100%라면, 한국과 대만은 78%가 든다. 중국에 같은 공장을 지을 땐 72%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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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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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칩 생산량서 美 비중 적게 유지할수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은 TSMC나 삼성전자가 전체 반도체 생산량 가운데 미국 물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나 TSMC 모두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물량 자체가 본국(한국, 대만)보단 적은 비중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서버용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1기를 거치면서 ODM 회사들이 중국 비중을 많이 줄이고 대만과 말레이시아 공장을 키웠다"면서도 "미국에도 폭스콘·인벤텍·콴타의 ODM 공장이 있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버의 경우 1년내내 아주 많은 양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라 미국 공장에서 대응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파운드리 공장을 메인으로 운영하고, 미국 오스틴·테일러 공장은 물량 자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팹리스 고객사가 미국에 몰려있으니 파운드리 공장을 미국에 짓는 편이 유리한 점도 있다"며 "짓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한편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체결한 보조금 계약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재협상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47억4500만 달러(약 6조8000억원),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계약한 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보조금 책정과 관련된 요구 사항을 재검토하고 변경한 뒤 일부 거래를 재협상할 계획"이라며 "변경될 수 있는 범위와 기존 합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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