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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군에서 두 살배기 숨진 여아를 방치한 부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서천경찰서는 20대 부모를 시체유기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분경 아이 거주지인 서천읍 사곡리의 한 다가구주택 집 베란다에서 숨져 있는 두 살 여아를 발견했다. 당시 시신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해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20대 부모를 긴급 체포했다.
아이 아버지는 지적장애(2급)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머니는 직장을 다니지 않았고, 해당 부부는 기초 수급 생계급여와 장애인 연금 등을 받으며 생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부부에겐 100일 된 아이가 있는데, 이 아이는 현재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경찰은 부모를 상대로 아이의 사망원인과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 어린이집 원장 신고로 발견
경찰은 13일 오후 5시3분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연락되지 않고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서천군청의 신고 접수를 받아 아이 수색에 나섰다. 숨진 여아는 지난해 7월부터 다니던 어린이집을 퇴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청으로 신고를 한 것은 해당 어린이집 원장이었다. 지난 11~12일 군에선 관내 어린이집 원장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한 자리에 모여 있었고, 당시 신고를 한 어린이집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에도 아이가 다니지 않고 있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후 원장은 당일 참석하지 않은 원장들에게도 전화를 돌리며 수소문에 나섰고, 군청에까지 소재 파악을 요청했다. 서천군 내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서천지역은 영유아가 많지 않아, 또래 아이들 모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원장들끼리 소통하는 과정에서 아이 소식이 끊어진 것을 이상하게 여겨 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천군의 경우 충남지역 안에서도 가장 심각한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서천군의 출생아수 감소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는 170명, 2021년 160명, 2022년 133명 등 매년 줄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 사회에선 영유아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양육하고 보호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 출산·양육 서비스에도 사각지대 발생
군은 출산과 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 중에 있다. 특히 지역 소멸이 심화되고 있던 군은 매년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등 관련 정책을 강화했다. 첫 만남 이용권 200만 원, 저소득 기저귀·조제분유 지원사업(월 9만 원), 정부지원외 농어촌양육수당 지급(10~15만 원), 시설보육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아동돌보미서비스(돌봄파견연간 480시간) 등을 시행 중이다. 이는 출생신고와 동시에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혜택을 받기 위해선 부모가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 경찰과 군에선 해당 부부가 복지 혜택을 제대로 못 받았는지 등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구 발굴과 촘촘한 지역 보호체계 마려을 위해 보다 높은 관리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우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라고해서 직접 지자체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를 발굴에 나서고는 있다”며 “하지만 인력 부족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직접 찾아내는데 한계가 있어, 앞으로 숨어 있는 위기 가구들을 정부나 지자체가 더욱 촘촘히 찾아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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