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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젤렌스키 퇴출 겨냥…트럼프-푸틴만의 우크라 종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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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3일 흐멜니츠키 핵발전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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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합의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지가 축소되며 퇴출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미-러가 합의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 “우리는 독립국가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가 없는 어떠한 합의도” 수용할 수 없다며 “유럽도 협상 테이블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의 최우선 사안은 “안보 보장”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이 “가장 비용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전날인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밝히면서 러시아와의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벌어졌던 2014년 이전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회복이나 나토 가입을 “실질적이지 않다”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 종전협상에서 우크라이나 참가를 언급하지 않고, 배제를 시사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동동한 파트너로 협상에 참가하냐는 질문에 “재미있는 질문”이라며 “그들은 평화를 이뤄야만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그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어느 날 러시아일 수도 있다”고 중얼거렸다.



젤렌스키의 이런 반발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 13일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일부”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러시아가 있고 다른 관련자,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협상에 우크라이나를 참여시키나, 미-러-우라는 3자 회담이 아니라 다자회담의 일원으로 참가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참여해도 미-러 주도의 협상과 핵심 사안인 점령지 및 나토 가입 문제에서는 달라질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우크라이나에서 선거가 실시되면 젤렌스키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임기가 만료됐으나, 전쟁과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연기하고 집권을 연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인 지난 2019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군사지원의 대가로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우크라이나 사업 관련 비리 조사를 요구하는 통화를 한 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요구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막판에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해 트럼프 쪽의 분노를 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측근들은 미국 관리들이 개인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 때라고 우크라이나 쪽을 압박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전했다. 트럼프는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여러분이 아는 대로, 그의 지지도는 특별히 대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가 우크라이나 안정을 해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초기 러시아의 ‘참수 작전’에도 불구하고 수도 키이우를 지키며 러시아에 반격해 지지도가 굳건했으나, 최근 전황이 불리해지고 전쟁 피로도가 커지며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젤렌스키는 지지율을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3년 말에는 77%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52%로 떨어졌다.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제재와 견제도 통합을 해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13일에는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에게 자산동결 및 기업활동 제한의 제재를 가했다. 포로셴코에 대한 수사는 전쟁 전에 시작됐는데, 당시에도 유럽연합은 정치적 탄압이라고 비난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해 전쟁 영웅으로 부상했던 발레리 잘루즈니 전 총사령관을 지난해 전격적으로 해임하기도 했다. 그가 대선 후보로 부상하며 정치적 경쟁자가 되자, 주영국 대사로 사실상 쫓아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반격공세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무기와 병력 부족에 시달리며 미국으로부터 징집연령을 낮추라는 압력에 굴복했다. 지난해 4월 징집 연령을 27살에서 25살로 낮춘 이후 우크라이나 전역 거리에는 징병을 위해 지나가는 남성들을 검문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쟁에 대한 대중 피로도가 급증하고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는 내우 속에서 이제 미국이 그의 퇴출까지 겨냥한 종전협상을 시작함으로써 외환까지 겹치고 있는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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