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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하이닉스 SK편입 13돌…매출 100배 ‘그룹 기둥’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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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매출 393.5조·영업익 94.1조원

최태원 3.4조원 승부수 ‘황금 거위’로

R&D 전폭 지원, HBM 필두 새 역사

헤럴드경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 1월 CES 2025 SK 전시 부스내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지에서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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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경기 이천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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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로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에 편입된지 13주년을 맞은 가운데, 최태원 회장이 던진 3조4000억원의 승부수가 SK그룹의 ‘기둥’으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를 내다본 혜안 덕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두하며 ‘최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3년만 최고 전성기…‘반도체 신화’ 새로 썼다=SK하이닉스의 전신인 하이닉스반도체는 2011년 3분기 영업적자 2909억원, 4분기 1065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에는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던 시기라 1차 매각 2차 매각 모두 인수가 불발됐다.

그런데 3차 매각에서 SK텔레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이닉스에는 ‘기술’과 ‘글로벌’이란 큰 무기가 있다며 임원진을 설득하고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하이닉스반도체는 3조4000억원에 SK그룹의 품에 안기게 된다.

인수 후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연구소였다. 그는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기술과 R&D(연구·개발)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는 SK그룹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돌아왔다.

인수 후 13년간(2012년~2024년) SK하이닉스의 누적 매출액은 393조5000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94조1000억원이다. 투자금액 대비 100배 이상의 매출액과 27.7배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역사상 최대 전성기를 누리며 글로벌 경기 악화로 어려워진 그룹 전반의 ‘기둥’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은 66조2000억원, 영업이익 23조4700억원이다. 매출은 기존 최고였던 2022년(44조6216억 원)보다 21조원 이상 높았고, 영업이익도 2018년(20조8437억원)의 기록을 넘어섰다. 연간 영업이익률 35%, 순이익률 30%로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높다. ‘알짜배기’로서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가총액 역시 폭증했다. 인수 직전인 2011년 약 13조원이던 시총은 13일 종가기준 약 151조 7000억원으로 11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외연과 내연 확장은 꾸준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2년 3조9000억원이던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은 2024년(3분기까지 누적) 10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R&D 투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2년 9380억원에서 2023년에는 무려 4조1880억원까지 늘었다. 매출 대비 12.8%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R&D 투자액은 3조5580억원이다.

▶“R&D 전폭 지원 통한 리스크 최소 전략이 비결”=SK하이닉스의 지난해 최고 실적은 주기적인 메모리 사이클의 호황기 등 시장 업황과는 무관하게 기록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전반적인 메모리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HBM을 필두로 한 고성능·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이 같은 ‘나홀로 성장’이 가능했던 건 R&D 분야에 대한 전사 차원의 전폭적이고 꾸준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내부 상황에 정통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설계나 양산 단계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R&D 단계에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커버한다”며 “R&D 단계에서 높은 수율, 양산 최적화, 설계변경 최소화 등을 다 고려함으로써 그 다음 단계에서의 리스크를 줄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전사에서는 R&D 단계에서 이것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전폭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즉, ‘첫 단계인 R&D부터 제대로 만들자’는 기조를 통해 효율적인 설계와 속도감 있는 양산을 가능케 했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몇년간 SK하이닉스 D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2013년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을 시장에 선보였다. 불투명한 시장 개화 가능성에도 10년 넘게 꾸준한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2023년 4월 세계 최초 ‘12단 HBM3’ 개발 ▷2024년 3월 업계 최초 8단 HBM3E 8단 엔비디아 납품 ▷2024년 9월 세계 최초 12단 HBM3E 12단 제품 양산 등 잇따라 ‘세계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또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 1c 미세공정을 적용한 16Gb(기가비트) DDR5 D램 개발까지 성공하며 “D램 기술력은 삼성”이라는 업계의 오랜 공식을 깨버렸다.

물론 HBM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알아본 혜안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가장 밑단인 R&D 조직의 탄탄한 연구 역량이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빠른 성과가 가능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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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에 美 패키징 공장까지…‘넥스트 HBM’ 미래 준비 박차=SK하이닉스는 HBM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자고 경계하며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SK하이닉스가 지금은 HBM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내년에 6세대 HBM(HBM4)이 상용화되면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수익 모델에 대해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넥스트 HBM’ 발굴에도 집중하고 있다. PIM(프로세싱인메모리),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AI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이 꼽힌다. PIM은 연산용 프로세서를 집적한 지능형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CXL은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 등 장치별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합하는 기술로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는 한국, 미국, 중국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미래 생산 거점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경기도 용인 클러스터를 비롯해 ‘이천, 청주, 용인’을 삼각축으로 삼는다. 연내 준공을 앞둔 6만3000평 규모의 복층 팹 M15x는 2026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EUV(극자외선)를 포함한 HBM 일괄 생산 공정을 갖출 예정이다.

엔비디아, AMD,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집결해있는 미국에는 인디애나주 HBM 패키징 공장이 거점이 될 예정이다.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며 고객사 근접거리에서 맞춤형 메모리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HBM 수혜에 힘입어 올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연간 매출액 81조5182억원, 영업이익 32조4027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당장 1분기에 D램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만약 실현된다면, 이는 33년만의 역전으로 반도체 업계의 새 신화를 쓰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번도 D램 반도체 세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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