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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빗썸 업은 KB가 쏘아올린 신호탄…은행이 달라졌다[법인 코인 투자 시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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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거래소 사업 진출 '신호탄'…법인투자 허용에 불붙은 은행 경쟁

"기관 시장 진입, 다양한 수익 모델 창출"…커스터디도 앞다퉈 진출

[편집자주] 이제 '대한민국 법인'도 비트코인을 산다. 해외서는 이미 일상이지만 뒤늦게 한국도 법인투자가 허용됐다. '개인' 투자자 일색인 한국 가상자산 투자 지형도에 일대 지각변동이다. 검찰은 범죄수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을, 대학은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팔 수 있게 됐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그간 당국 눈치를 보느라 손대지 못한 보유 가상자산 현금화가 가능해졌다. 상장사 등 3500개 법인에 가상자산 투자 기회가 생겼다. '가보지 않은 길'이 열린 셈이다. '큰손' 법인의 등장은 어떤 지형 변화를 몰고 올까.

뉴스1

KB국민은행 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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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시대가 열리면서 전통금융의 최강자인 은행들도 '총성 없는 전쟁'에 놓이게 됐다.

신호탄은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이 쏘아올렸다.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업 경험이 없던 KB국민은행이 독보적 1위 업비트에 대적할 유일한 맞수인 2위 빗썸과 전격 짝짓기에 성공하면서다.

업비트의 은행 파트너는 인터넷뱅크인 케이뱅크다. 그런데 빗썸이 기존의 파트너인 5대 은행 농협은행 대신 '리빙뱅크'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면서 시장판도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당장 국민은행의 숙적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긴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 거래소인 코빗과 일찌감치 손잡았지만 코빗의 시장점유율은 1%도 안 될 정도로 미미하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국민은행을 견제할 무기가 없는 셈이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부분강화가 필요한 하나은행도 새 먹거리가 절실하다.

KB국민은행의 등장은 개인 투자자 시장 공략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하다. 정부가 최근 법인 계좌를 허용하면서 이 시장은 막대한 '법인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 먹거리가 됐다. 누가 이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떠오르는 '디지털 자산' 시대에 왕좌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금·대출 등 기존 은행업 이외의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은행들이 속속 경쟁 대열에 합류할 기세다. 다가올 법인 투자 시대에 대비해 가상자산 거래소와 커스터디(수탁) 사업으로 사업 확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민銀, 농협 제치고 빗썸과 맞손…"법인 진입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 창출"

국민은행은 다음 달 24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명계좌 입출금계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으로 빗썸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려면 농협은행이 아닌 국민은행의 원화 입출금 계좌를 거래소에 연동해야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원화를 입출금하려면 은행의 실명계좌가 필요하다. 그동안 은행들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농협은행) △코인원(카카오뱅크) △코빗(신한은행) △고팍스(전북은행)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었다. 국민은행은 제휴를 맺은 거래소가 없었으나 지난달 농협은행을 밀어내고 빗썸과 손을 잡았다.

법인 투자까지 허용되면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고객과 대규모 자금 유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중에서 국가, 한국은행, 금융회사를 제외한 3500여개 사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한다. 일부 법인에 한정해 가상자산 직접 투자가 가능해진 셈이다.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으면 신규 계좌 개설 고객을 확보하고 원화 입출금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한 달 만에 20조 원 이상 줄었다. 반면 5대 원화 거래소의 예치금은 지난달 10조 원을 넘어서며 1년 동안 두 배 넘게 늘었다. 은행이 새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가상자산 시장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은행들은 기존 은행업 이외의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는 추세"라며 "법인계좌가 열리면 다양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고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참전에 은행 '먹거리 선점' 본격화…커스터디 사업도 진출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법인 고객을 모시기 위해 미리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업계에선 하나은행이 1위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업비트는 지난해 11월 실명 인증을 위해 '하나 인증서'를 금융권 인증서 최초로 추가하는 등 협업을 이어왔다. 다만 업비트 측은 "하나은행과 원화 입출금 계좌 제휴를 추진한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케이뱅크는 최근 6000좌 이상의 법인계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중 검찰과 국세청 등 49개 국가기관이 가상자산을 활용한 국고 환수 목적으로 케이뱅크 법인계좌를 개설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100% 비대면으로 법인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커스터디(가상자산 수탁) 시장 진출도 지난 2020년 국민은행의 한국디지털에셋(KODA) 설립을 기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커스터디 법인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지분을 투자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글로벌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와 손잡고 한국 법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해 말 비댁스와 손잡으며 커스터디 사업에 발을 들였다.

커스터디 시장은 법인 투자의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chsn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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