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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의료AI 이어 AI신약개발사에도 훈풍 불까…“성과 도출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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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02월13일 07시51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국내에선 대기업 LG(003550)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오랫동안 시장에서 소외됐던 AI 신약개발사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국내 AI 신약개발사들이 시장의 관심을 얻으려면 뚜렷한 성과 도출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AI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빅파마들도 AI와 신약개발을 접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열올리고 있다.

빅테크·빅파마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도 AI 신약개발 도전

미국 리커전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 이하 리커전)는 지난 5일(현지시각) 국제 뇌졸중 콘퍼런스에서 AI 기반 신약 ‘REC-994’의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임상 결과 해당 약물은 기존 치료법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이면서 AI 기반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리커전뿐 아니라 슈뢰딩거, 엡셀레라, 압사이 등 AI 신약개발사 주식들이 강세를 보였다.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이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들썩인 것이다.

국내에도 이 같은 소식이 닿은 지난 6일 AI 신약개발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온코크로스(382150)는 전일 대비 주가가 3010원(29.9%) 올라 상한가에 도달했다. 이날 신테카바이오(226330) 주가는 전일 대비 1420원(19.8%),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810원(9.6%) 각각 상승했다.

올 초 대비해서도 국내 AI 신약개발 상장사 3곳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온코크로스는 지난달 2일 6330원이었던 주가가 11일 1만3200원으로 108.5% 급등했다. 주가가 2배로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신테카바이오 주가는 51.2%,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3.1% 각각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기업인 LG에서 신약개발 AI 개발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LG는 AI를 통한 단백질 구조 예측에 초점을 두고 LG AI 연구원뿐 아니라 LG화학도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비슷한 방향성이다. 엔비디아는 신약개발용 AI ‘바이오니모’에 단백질 디자인툴을 추가했으며, 구글의 딥마인드는 단백질 분석 AI ‘알파폴드’를 선보였다. 메타(Meta) 역시 단백질 구조 예측 AI로 ‘ESM 폴드’(ESMFold)를 보유하고 있다. ‘링크드인’의 공동 창립자인 리드 호프만이 지난달 설립한 AI 신약개발사 ‘마나스AI’도 단백질 구조 예측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국내 AI 신약개발사, 볕들 날 오려면 성과 도출이 우선

업계 안팎에서 올해 국내 AI 신약개발사도 각광받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간 AI 신약개발사들은 의료 AI업체들에 비해 시장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 2023년 루닛(328130), 제이엘케이(322510) 등 텐배거(10배 이상 수익률을 달성한 주식)를 배출하며 크게 주목받은 의료AI 섹터에 비해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이러한 해외 AI 신약개발 열기와 대기업의 신약개발 AI 도전에 따른 온기가 국내 AI 신약개발 벤처까지 닿을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랜 기간 국내 AI 신약개발사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재조명을 받기 위해선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분석에서다.

AI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는 “LG는 거의 4~5년 전부터 이 쪽 분야에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해외에서 AI 신약개발이 흥하고 있다고 해서 국내 AI신약개발사들도 잘 나갈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성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기술수출이라든가 임상 단계 고도화 등 성과가 나와야 시장에서 선별적으로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에 따르면 국내 AI 신약개발사의 파이프라인 수는 2022년 기준 105건이다. 이 중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드물다. 따라서 기술이전뿐 아니라 임상 단계에 진입했거나 임상개발이 잘 진전되고 있는 파이프라인 보유 여부가 국내 AI 신약개발사의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스타 플레이어 될 AI 신약개발사 후보는?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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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 1호 상장사’ 신테카바이오는 리커전의 임상 2상 데이터 발표가 자사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테카바이오는 합성신약, 신규 항원 예측, 신규 항체 신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AI 신약개발 플랫폼 ‘딥매처’(DeepMatcher)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자체 신약 개발 신약 중 임상 단계로 진입한 게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온코크로스는 리커전과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기존 AI 신약개발사들이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한다면 온코크로스는 임상 전이거나 임상 중인 약제에 대해 원래 개발하던 적응증과 다른 적응증을 도출해 약물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사업구조가 나스닥 상장사인 리커전과 비슷하다는 주장이다.

온코크로스는 자체 플랫폼으로 발굴한 ‘OC514’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지난해 3월 마치고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OC514는 2020년 한국파마에 기술이전된 물질이기도 하다. 2020년에는 제일약품(271980)이 뇌졸중 치료제로 개발하던 ‘OJP3101’를 기술도입했다. 임상 1상을 마친 OJP3101을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적응증으로 국내 임상 2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적응증 확장 전략은 파로스아이바이오도 채택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를 활용해 1개 물질의 적응증을 여러 질환으로 확장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국내에서 드물게 임상 단계 AI 항암신약 파이프라인 ‘PHI-101’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AI 기반 항암제 임상을 진행하는 곳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PHI-101은 현재 글로벌 임상 1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비상장사 중에선 글로벌 강자인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과 리커전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AI 플랫폼으로 도출한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2상에 성공한 이노보테라퓨틱스가 눈에 띈다. 이노보는 지난해 8월 국소 흉터치료제 ‘INV-001’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노보는 AI 플랫폼 ‘딥제마’(DeepZema)를 통해 합성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리커전의 임상 2상 데이터 발표는 AI 신약개발 기술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라며 “다른 AI 신약개발사들도 긍정적 임상 결과 등 실질적 성과를 내보이면서 AI 신약개발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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