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연, 세계 1위 넘어 ‘피겨여왕’
차준환도 베이징올림픽 銀 눌러
日선수들, 실수 연발하며 무너져
둘다 쇼트 졌지만 프리서 대역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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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왼쪽)과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녀 싱글에서 동반 금메달을 수확했다. 사진은 이날 두 선수가 프리스케이팅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모습. 차준환의 금메달은 아시안게임 한국 남자 싱글 역사상 첫 메달이다. 여자 싱글에서는 2017년 삿포로 대회 최다빈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왔다. 하얼빈=뉴스1·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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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남녀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기적 같은 남녀 동반 금메달이 나왔다. 한국의 김채연(19)과 차준환(24)이 2022 베이징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대역전극을 거두며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 79.07점, 예술점수 68.49점으로 147.56점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따낸 71.88점을 더해 합계 219.44점을 받은 김채연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5·합계 211.90점)를 7.54점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루 전만 해도 금메달의 주인은 사카모토가 유력했다.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사카모토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세계선수권 정상에 오른 세계 랭킹 1위 선수다. 12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도 75.03점으로 1위를 했다.
하지만 김채연은 이날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새로운 ‘피겨 여왕’에 등극했다. 사카모토에게 3.15점 차 뒤진 2위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김채연은 주제곡 ‘내면의 속삭임’에 맞춰 더블 악셀(2회전 반)을 성공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11.11점), 트리플 러츠-더블 악셀 시퀀스 점프(10.12점) 등 고난도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했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 쇼트, 프리, 합계 점수에서 모두 자신의 종전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김채연의 완벽한 연기에 부담을 안고 빙판에 들어선 사카모토는 평소답지 않게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후반부 트리플 플립에서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감점까지 받았다. 김채연은 “사카모토를 한 번쯤은 이겨 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궈 더욱 영광”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겨를 배우기 시작한 김채연은 202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며 주목받았다. 선배 이해인(20), 후배 신지아(17)의 그늘에 가리기도 했지만 꾸준히 자신의 레이스를 이어 갔다. 지난해 4대륙선수권 은메달,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연이어 성과도 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어머니는 김채연의 경기 의상을 직접 제작해 지원하며 딸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 대회 때도 김채연이 좋아하는 명이나물을 싸 줬다. 김채연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의 예행연습으로 삼았던 아시안게임을 잘 치러 좋은 기운을 받았다. 이 상승세를 이어 꼭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열린 남자 싱글에서는 차준환이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가기야마 유마(22)에게 9.72점 뒤진 2위로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차준환은 안정적인 연기로 187.60점을 받으며 총점 281.69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준환은 은메달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가기야마는 첫 점프를 포함해 4회전 점프 두 개와 트리플 악셀까지 총 세 개의 점프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168.95점을 받은 가기야마는 총점 272.76점에 그쳤다. 차준환은 “후회 없는 경기를 했기에 어떤 결과를 받았어도 상관없었을 것”이라며 “당초 목표인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진 못했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선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의 14, 15번째 금메달이 피겨에서 나오면서 한국은 대회 최종일인 14일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일본을 제치고 종합 2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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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windup@donga.com
하얼빈=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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