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날 음주 근거로 신뢰도 문제 삼기도
국회 소추인단에는 "뒷다리 잡는 얘기해"
김봉식엔 "임무 잘해 칭찬받아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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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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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심판에 출석한 증인들을 언급하며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체포조' 관련 지시를 받았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해선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신임을 잃었다"고 강조했지만, '체포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한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향해선 "칭찬받아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윤 대통령은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증인신문 이후 20분가량 의견 진술 기회를 얻어 홍 전 차장의 증언을 반박했다. 홍 전 차장은 수사기관 조사와 지난 4일 탄핵심판 증인신문에서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며 방첩사의 체포조 지원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체포 지시가 없었다고 말하며 홍 전 차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계엄 당일 홍 전 차장과의 통화에서 "방첩사 지원을 잘 해줘라. 대공 수사권은 없지만 국가안보조사국을 대신 만들어놨으니 간첩 정보 등이 있고, 특활비나 자금이 많으니 (방첩사를) 잘 챙겨라"라는 당부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전 차장이) 계엄 전부터 정치적 중립 문제와 관련해 (조태용) 원장의 신임을 많이 잃은 상태였다"며 "홍장원의 해임 사유는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야권 관련 정치적 중립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일 음주를 했다면서 신빙성을 문제 삼는 발언도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홍 전 차장과 통화했을 때 "저도 반주를 즐기는 편이라 딱 보니까 홍장원이 벌써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원장 부재중인데 벌써 사람을 만나 (음주는)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홍 전 차장이 취중이라 조 원장의 위치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했다. 의견 진술 말미엔 국회 측을 향해 "완전히 뒷다리 잡는 얘기를 한다"고도 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봉식 전 청장에 대해선 "영어의 몸이 될 게 아니라 (비상계엄) 상황에서 맡은 임무를 잘해서 칭찬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청장은 증인신문에서 '윤 대통령이 국회 봉쇄 및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한 적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조 원장에게 직접 질문을 시도하는 등 발언 기회를 얻으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과 관련해 질의하던 중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이 부분에 대해선 피청구인 본인이 더 잘 안다. 한두 가지만 (직접 묻게 해달라)"이라고 요청했지만,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불공정 재판이 우려된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가 "(근거) 규정이 뭡니까"라고 따져 묻자, 윤 대통령은 "알겠어, 알겠어"라고 말하며 김 변호사를 제지하기도 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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