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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혼다·닛산, 결국 합병 무산 공식화… 현대차, 글로벌 3위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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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닛산 "통합 논의 철회 정식 발표"
혼다 "합병 무산 유감, 기술 협력 유지"
"글로벌 3위 꿈 좌절"… 현대차는 안도
한국일보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사장들이 지난해 12월 23일 도쿄에서 연 경영 통합 협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 가토 다카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 도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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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 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13일 양사의 '합병 협상 철회'를 공식화했다. 경영 악화에 빠진 닛산의 회생 방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이로써 합병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 3위 기업으로 도약하려던 두 회사의 포부는 지난해 12월 경영 통합 협상에 착수한 지 약 2개월 만에 일장춘몽으로 끝나게 됐다. 혼다·닛산의 합병 불발에 따라 현대차·기아도 글로벌 시장 기존 순위(3위·세계 판매 대수 기준)를 유지하게 됐다.

혼다와 닛산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어 "경영 통합 협의를 끝내기로 정식 결정했다"며 통합 관련 양해각서(MOU) 철회를 발표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사가 납득할 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닛산과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최대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전기차(EV)를 비롯한 기술 개발 협력은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앞서 혼다와 닛산은 작년 12월 23일 경영 통합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8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그 자회사가 되는 통합을 목표로 했다. 협상 과정을 지켜본 뒤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자동차도 합류해 '공룡 업체'로 재탄생한다는 야심까지 드러냈다.
한국일보

일본 도쿄 시내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매장들에 각 사 로고가 부착돼 있다. 혼다 로고는 6일, 닛산은 13일에 각각 촬영한 사진이다. 도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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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달 만에 물거품이 됐다. 합병 무산의 결정적 이유는 혼다의 '닛산 자회사화' 제안 때문이다. 혼다는 '직원 9,000명 감원, 생산 능력 20% 축소'를 골자로 한 닛산의 경영 부진 자구책이 미흡하다고 봤다. 그보다는 혼다가 닛산 주식을 전략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 닛산의 회복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닛산은 "대등한 통합이 불가능하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혼다에 경영권을 내줄 수는 없다며 '합병 논의 무의미'라고 결론지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사장은 지난 6일 혼다에 합병 협의 중단 방침을 통보했고, 혼다 역시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이제 관심사는 닛산의 향후 행보다. 일단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의 손을 잡을지가 주목되는데,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닛산 경영 참여 가능성에 대해 "닛산 최대 주주인 르노자동차 측과 접촉했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가 아닌 협력이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폭스콘과의 접촉이 혼다와의 합병 무산을 낳은 또 다른 이유'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혼다·닛산의 결별'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3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2023년 기준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730만 대를 팔았다. 혼다와 닛산의 판매량은 각각 398만 대, 337만 대였다. 양사 합병 실현 땐 판매량 735만 대를 기록하며 현대차·기아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글로벌 3위를 목표로 한 일본 자동차업체의 연합이 좌절됐다"고 평가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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