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Weekly Biz 밑줄쫙] 디지털 구독자가 95%...번들 상품으로 구독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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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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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마찰이 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2017~2021년) 동안 유독 날을 세운 언론 중 하나가 뉴욕타임스(NYT)였다. 트럼프는 임기 초 NYT를 향해 “망해가는(Failing) 신문”이라 했고, 2019년 10월 “우리는 백악관에서 더 이상 그것(NYT)을 원치 않는다”며 절독(絶讀)했다. 이런 트럼프와의 대립각은 대중의 관심을 부추겨 오히려 NYT의 유료 구독자와 온라인 방문자가 증가하는 ‘트럼프 효과(Trump bump)’를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8년 전 망해간다고 했던 NYT는 정말 쇠락했을까. WEEKLY BIZ가 NYT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와 실적 발표회 발언 등을 통해 이 신문의 현 상황을 짚어봤더니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17% 늘어날 만큼 번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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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
◇지난해 온라인 구독자만 110만명 넘게 늘었다
NYT의 구독자 숫자는 가파르게 느는 중이다. 온라인 구독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NYT의 지난해 4분기 기준 디지털 전용 구독자는 직전 분기(1047만명)보다 35만명 늘며 1082만명을 기록했다. 지면 구독자(61만명)와 합친 총 구독자 수는 1143만명으로, 온라인 구독자가 전체 구독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4.7%에 육박했다. 온라인 구독자 증가세도 가팔랐다. 2023년 4분기(970만명) 대비 지난해 4분기 온라인 구독자 수는 112만명 늘며 11.5% 불었다.
메러디스 코핏 레비언 NY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진행한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회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2024년) 4분기 실적은 또 한 해의 성공적 마무리였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모든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구독 서비스가 되려는 우리의 여정이 한층 앞당겨졌다고 봅니다. 2024년 한 해 동안 110만명 이상의 새로운 디지털 구독자가 유입되면서, (2027년 말까지) 총 1500만 구독자 달성이란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디지털 구독자의 증가는 NYT 전체의 매출 성장도 이끌었다. 디지털 구독자가 내는 구독료에 더해 디지털 광고료까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2024년 NYT의 연간 매출은 25억8591만9000달러(약 3조8000억원)로 전년(24억2615만2000달러)보다 6.6%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2023년 3억8985만1000달러에서 2024년 4억5540만2000달러로 16.8% 성장을 일궈냈다.
◇‘번들’이 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다
NYT는 이런 구독자 상승이 ‘번들’이라 부르는 묶음 상품 판매 덕이라고 해석했다. 레비언 CEO는 실적 발표에서 “우리의 번들 상품은 구독자 추가의 주요 동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구독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NYT는 요리법을 알려주는 ‘쿠킹’이나 퍼즐 게임인 ‘크로스워드’ 등 비(非)뉴스 콘텐츠를 유료화해 판매 중인데, 이런 서비스를 뉴스 서비스와 함께 묶음으로 판매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시중에 있는 여러 상품을 기자가 직접 구매해 체험해 보고 순위나 후기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 ‘와이어커터(Wirecutter)’는 이런 번들 판매에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윌 바딘 NY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번들 상품의 구독자가 현재 전체 구독자의 약 48%를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50%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레비언 CEO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최소 절반의 가입자가 번들 상품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는데 이 목표 달성이 가까워진 셈이다.
◇그럼에도 NYT의 본질은 질 좋은 기사다
NYT는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비뉴스 분야 마케팅에까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본업인 ‘질 좋은 뉴스’를 최우선순위로 두는 걸 잊지 않았다. 레비언 CEO는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 향후 중시할 ‘4대 우선순위’를 발표했는데, 그중 첫째로 꼽은 게 ‘깊이 있는 기사’였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부터 경제 분야까지, 인공지능(AI)의 급격한 진화부터 기후변화의 영향까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널리 다뤄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전문 기자들이 나서서 (뉴욕)타임스가 자랑하는 깊이 있는 보도와 독립적인 정신으로 기사를 쓸 것”이라고 했다. 둘째로는 비디오·오디오 분야에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 독자들이 NYT 보도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미 NYT는 홈페이지 방문자의 3분의 1 정도가 비디오를 시청하고 있고, NYT 뉴스 보도의 절반 이상을 AI 기반 자동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이다. 셋째로는 올해 새로운 콘텐츠, 게임 등을 준비해 독자를 향한 ‘파이프라인’을 보다 늘린다는 점이 꼽혔고, 마지막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NYT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잠재 독자를 늘리는 데 공을 들이겠다고 했다. 전문 저널리즘을 더 다양한 형태로 제공해 보다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겠다는 뜻을 담았다.
◇스포츠 뉴스도 성장 동력이다
NYT의 구독자 증가를 이끈 주요 동력엔 정통 시사 뉴스만 있는 게 아니다. 스포츠 뉴스도 구독자 증가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NYT가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배경에는 ‘디애슬레틱(The Athletic)’이 있다. 디애슬레틱은 2016년 설립된 스포츠 전문 미디어 스타트업인데 NYT가 2022년 인수했다. 디애슬레틱은 200개 넘는 스포츠 구단에 전담 기자를 배치하는 물량 공세를 쏟아부었고, 5년 만에 120만명이 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레비언 CEO는 “디애슬레틱은 전국 곳곳의 스포츠 보도를 더욱 확대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팀의 소식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도 NYT 홈페이지 상단(메뉴)에 디애슬레틱을 배치해 NYT 페이지를 독자들이 더 찾고 싶은 페이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AI는 양날의 칼이다
NYT는 AI를 통해 혁신을 이루고 있다. 디지털 광고 등에서 AI를 활용해 독자들에게 딱 맞는 상품 광고를 정교하게 타기팅하고 있다는 게 NYT 소개다. NYT가 기사를 목소리로 들려주는 서비스도 AI에 기반한 음성 서비스 덕에 가능했다. 다만 AI가 NYT 기사 내용을 마구 사용하는 저작권 침해 문제는 NYT의 위기 요인으로 꼽혔다. 저작권 침해 소송 등을 포함한 NYT의 지난해 ‘운영 비용’은, 전년 대비 6% 많은 5억8000만달러였다. NYT는 2023년 12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오픈AI가 챗GPT를 훈련시키는 데 NYT의 뉴스와 정보를 사용했다는 게 소송의 취지였다. 이는 언론사가 AI 개발사를 상대로 낸 최초의 소송이었다. 당시 NYT는 자사 보도를 통해 “이번 소송은 뉴스 비즈니스의 잠재적 경쟁자로 챗GPT와 다른 AI 시스템을 지목한 것”이라며 “챗봇에 시사 문제 등 뉴스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해 질문하면 챗봇은 NYT의 저널리즘에 의존하는 답변을 생성하고, 이에 만족한 독자들은 NYT 페이지를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아 결국 구독료나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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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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