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절 연휴, AI 앵커의 무실수 진행에
AI 일자리 대체 여부 두고 열띤 토론
중국 매체들은 미래지향적 적응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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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 연휴 기간 항저우종합보도채널에서 AI 앵커가 뉴스를 진행했다./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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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은 딥시크만이 아니다.
중국의 한 방송국에서 AI 기술로 만든 가상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며 실수 0건을 기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진다.
저장성 항저우 방송국인 항저우종합채널은 중국 춘절(음력 설) 연휴 기간인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자사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항저우뉴스네트워크’ 진행을 AI 앵커 6명에게 맡겼다. AI 앵커들은 자연스럽게 뉴스 진행을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현직 아나운서나 최고 지도자들도 간혹 틀리는 성조·발음 실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중국 방송국이 AI 앵커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중앙TV는 2021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샤오C’라는 AI 앵커를 선보였다. 이듬해부터 상하이TV의 ‘션유야’, 후난TV의 ‘샤오양’, 베이징TV의 ‘스지엔샤오니’, 저장위성TV의 ‘구샤오위’ 등이 연달아 나타났다.
지난해 양회 기간 CCTV재경뉴미디어는 자사 아나운서 궈뤄텐과 멍진둥을 각각 모델로 한 AI 앵커 ‘샤오텐’과 ‘샤오둥’을 출시했다. 샤오텐과 샤오둥은 경제, 산업, 관광 등의 분야에서 24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CCTV는 24시간 내내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AI 앵커의 장점이며, AI 앵커 덕에 실제 앵커는 휴가를 갈 수 있었다고도 전했다.
항저우 종합방송채널 역시 AI 앵커가 있어 모처럼 실제 앵커들이 춘절 연휴 기간 쉬었다고 전했다. AI가 인간의 삶을 더 낫게 해 준다는 낙관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AI 앵커의 ‘실수 0건 진행’을 두고 낙관 대신 불편한 질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뉴스 댓글 등에서는 ‘AI가 실수 없이 완벽하게 뉴스를 진행한다면 휴가를 간 앵커는 굳이 복귀해야 하는가?’란 질문이 올라오고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충격이 크다. “가뜩이나 취업이 어려운데, 신방과는 끝났다”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베이징 한 대학의 신문방송학과 3학년 샤오첸은 법학으로 진로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홍성뉴스에 전했다. 중국에 미디어 관련 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약 200곳이다.
중국 매체들은 기술 변화에 미래 지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청년보는 AI 앵커는 심야시간대 등에 투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실제 앵커는 대본을 기계적으로 읽는 연습을 하는 대신 순발력 있게 질문을 던지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왕이팅 저장대 교수는 신경보 등의 매체에서 “고령화 시대 아나운서는 (고령자를 배려한 톤 조절 등을 통해) 노인에게 보살핌과 교류를 제공하고 정서적 위안을 줄 수 있다”며 “아나운서란 직업은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성뉴스는 “우리의 일을 기계처럼 만들지 않는 것이 AI 위기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많은 매체들이 AI 앵커가 방송국 비용 절감에 도움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난 시 뉴스 특보를 AI에게 맡겨야 한다는 관점과 재난 시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어조와 톤으로 인간 앵커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엇갈린 제언도 쏟아진다. ‘인간의 경쟁력’을 둘러싼 토론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누리꾼은 블로그에 “(사람과 똑닮은) AI 앵커가 두렵지는 않지만 라이브 방송이 AI 앵커로 대체된다는 것은 두렵다”고 적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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