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자녀와 함께 분향소로…“남일 아니야”
울음소리 끊이질 않는 빈소…“얼마나 예뻤는데”
경찰, 압수물 분석…피의자 조사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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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가 마련된 A초등학교를 찾은 학생들이 13일 김하늘양을 추모하는 내용의 쪽지를 붙이고 있다. 강정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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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린 하늘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요.”
13일 오전 김하늘양(8)이 다니던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정성스레 추모 쪽지를 써내려가던 이 학교 5학년 김모양은 “이제는 별이 된 하늘이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지난 10일 학내에서 40대 교사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김양이 14일 영면한다. 유족들은 부검 절차 등이 마무리 됨에 따라 14일 오전 빈소가 마련된 대전 서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빈소에서는 입관 절차가 진행됐다. 14일 화장된 김양의 유해는 대전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발인을 하루 앞둔 이날 학교 합동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김양의 편안한 영면을 바라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자녀의 손을 잡고 찾아 온 추모객들의 손에는 국화꽃과 딸기우유, 과자, 젤리, 인형, 아이브 장원영 포토카드 등이 쥐어져 있었다.
분향소 정면에 쓰인 ‘너의 아름다운 꿈이 하늘에서 빛나기를…너를 잊지 않을게’라는 문구는 모든 추모객의 마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분향소 추모 게시판에는 ‘어른들이 정말 미안해. 그곳에서는 편히 지냈으면 좋겠어’ ‘꿈 많은 우리 하늘이, 하늘나라에서는 네 꿈을 활짝 펼치거라’ ‘하늘이 부모님 아무 잘못 없으시니 죄책감 느끼지 말고 힘내세요’라고 적힌 추모 쪽지 수백장이 붙어 있었다.
아이와 함께 학교를 찾은 한 학부모는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하늘양의 일이 남일처럼 느껴지질 않는다”며 “하늘양 동생을 위해서라도 하늘양 부모님이 아픔을 잘 이겨냈으면 바랄 뿐”이라며 위로를 전했다. 이 학교 4학년 학생은 “언니가 지켜주질 못해 미안해”라며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아프지 말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추모객들이 들고 온 꽃과 과자는 학교 앞 울타리에 정성스레 놓여졌고, 추모 물품 위에는 전날 내린 눈과 비에 젖지 않도록 투명한 비닐이 덮여 있었다. 울타리에는 노산 우산 10여개도 나란히 씌워졌다. 학교 앞을 지나던 주민들도 추모객들이 남긴 쪽지를 하나하나 읽어보고는 김양을 위해 묵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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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가 마련된 A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이 13일 김하늘양을 위해 묵념을 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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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양의 빈소에서는 조문객들의 울음이 끊이질 않았다. 빈소가 차려진 지 사흘째인 이날도 각계 인사들의 추모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지쳐 가족들의 부축을 받던 김양 아버지 옆에는 김양의 어린 동생이 껌딱지처럼 달라 붙어 휴대전화만 매만지고 있었다. 조문객을 맞이해야하는 아버지가 자리를 뜰 때면 주변에 “아빠 어딨어”라며 애타게 찾곤 했다.
빈소를 찾아 하늘양 영정을 바라본 한 조문객은 “우리 하늘이 얼마나 예뻤는데. 정말 예뻤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문객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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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가 마련된 A초등학교. 강정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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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전날 관할서인 대전서부경찰서장을 팀장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진행했다. A씨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감식도 진행 중이다.
A씨의 대면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A씨는 아직 조사가 여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현장 목격자나 폐쇄회로(CC)TV가 없어 정확한 범행 과정이나 동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A씨의 추가 진술을 확보해야한다.
경찰은 “피의자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며 “건강 상태와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체포 영장 집행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을 겨냥한 비난성 악성 댓글 등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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