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간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 연 2.3% 그쳐…물가상승률은 연 3.7%
위험 상품이 원금보장 상품보다 수익률 낮았다…수수료가 적자폭 늘리기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논의 재점화…국내 증시 '직접투자' 허용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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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 20주년을 맞았지만 수익률은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퇴직연금 제도 정착으로 적립액이 빠르게 늘면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운용기관이 가입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크게 늘어 6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금형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수수료 체계도 수익률과 연동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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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국내 42개 퇴직연금 운용기관(보험사 16곳·은행 12곳·증권사 14곳)이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로 벌어들인 금액은 총 1조6841억원(DB형·DC형·개인형 IRP 합산) 규모다. 지난 2018년 기록했던 8861억원과 비교하면 90%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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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수익률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 3년간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은 연 2.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연 3.7%를 1.4%포인트(p) 밑돌았다. 기간을 10년까지 늘려도 수익률은 연 2.4%에 머물렀다.
퇴직연금은 지난 2005년 기존 퇴직금 제도 대신해 도입됐다. 사업체 부도 등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일을 예방하고, 적립액을 운용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낮은 수익률에 중도 해지가 잦아, 본래 취지인 '국민연금을 보조하는 주요 노후 소득원'이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적립 및 운용 방식에 따라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IRP로 나뉜다. DB형은 기존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지만, DC형과 개인형 IRP는 가입자가 직접 적립금 투자 방식을 선택한다. 손실 위험이 없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부터 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비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앞서 운용기관들은 낮은 수익률 원인으로 88%에 달하는 '원리금 보장형' 비중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42개 운용기관이 판매한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3년 수익률 평균도 연 1.44%에 그쳤다. 같은 기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인 3.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비보장형 상품의 수수료는 훨씬 높다. 현행 퇴직연금 수수료는 운용 성과와 관계없이 전체 적립금의 일부를 떼가고, 운용 성과 일부분을 추가로 떼가는 형태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수수료가 적립금의 0~0.1% 수준이지만,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은 수수료율이 최대 1%에 육박한다.
성과와 관계없이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각 운용기관이 수익률보다는 고객 확보에만 급급하게 되는 구조다. 특히 비보장형 상품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상품에 적자가 발생했는데도 운용사가 수수료를 떼 손실액을 늘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운용기관 사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 기관 간 상품 이동을 허용하는 '퇴직연금 갈아타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상품 이동에 제약이 많고, 제도를 도입한 금융기관 사이에서만 이동할 수 있어 실제 성과는 미미했다.
◆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해야"
금융당국의 수익률 제고 방안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기금형 퇴직연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운용방식은 기금형과 계약형으로 구분된다. 국내 퇴직연금제도는 2022년 도입된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30인 이하 사업장) 외에는 대부분 계약형으로 운영된다. 계약형은 가입자(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퇴직연금 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고 투자처를 선택한다. 반면, 기금형은 사용자로부터 독립된 수탁법인을 별도로 설립하고 사용자, 근로자 대표, 자산운용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가 제도 운영 전반을 담당한다.
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기금형 퇴직연금의 2년간 누적 수익률은 12.8% 수준이다. 지난 5년간(2019~2023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2.35%)과 큰 차이를 보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인 '푸른씨앗' 출범 이후 2년여 만에 누적수입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수익률도 7%를 넘겼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적립액을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행법은 퇴직연금 적립액에 운용기관을 통한 펀드 형태의 투자만 허용하고 있지만, 관련법을 개정해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투자 활성화 측면과 2%대의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초 내지는 상반기에 최종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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