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서 1당 됐지만 연정 파트너 못 구해
총리 사퇴하고 외교장관이 총리 권한대행
“5개월 만에 또 선거라니…” 난감한 상황
12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는 이날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정당과의 연정 구성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지난달 초 자유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연정 구성 협상이 좌초한 뒤 원내 1당인 키클 대표에게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을 당장 주도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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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극우 정당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 자유당 주도의 연립정부가 꾸려지면 총리가 될 뻔했으나 연정 구성 협상 좌초로 결국 집권을 포기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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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지난해 9월 하원의원 총선거를 실시했다. 총 183석 가운데 자유당이 58석을 얻으며 원내 1당으로 부상했다. 2차대전 이후 오스트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1당 자리를 차지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수 성향의 국민당(53석), 좌파인 사회민주당(41석),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오스트리아 자유포럼(NEOS·17석) 등이 자유당의 뒤를 이었다.
단독으로 과반(92석 이상)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다 보니 연정 형성이 필요해졌다. 이에 2당인 국민당 주도로 자유당을 뺀 다른 정당들 간에 연정 구성 협상이 시작됐다. 극우 세력인 자유당과의 협력은 다들 꺼리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가량 계속된 협상은 올해 초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자유당의 키클 대표는 판데어벨렌 대통령으로부터 연정 구성 협상의 주도권을 부여받은 뒤 2당인 국민당을 협력 대상으로 지목했다. 양당은 한때 합의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유당이 1당 지위를 앞세워 총리는 물론 여러 부처들 가운데 제일 중요한 재무부와 내무부 장관 자리까지 자유당이 차지해야 한다고 고집하자 국민당은 결국 돌아섰다.
국민당은 자유당의 친(親)러시아 그리고 반(反)유럽연합(EU) 정책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극우 정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두 곳의 핵심 부처마저 자유당에 넘기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란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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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외교부 장관. 지난해 9월 총선 후 5개월가량 계속되는 국정 공백 속에 총리마저 사퇴하자 올해 초부터 총리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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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 거의 5개월 동안 정부 구성이 지연되면서 국민당 소속 카를 네하머 총리는 사임하고, 내각의 차선임자인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교부 장관이 총리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이에 자유당은 더 이상의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조기 총선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총선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총선를 치러야 할 수도 있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결정권을 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새롭게 총선을 실시하는 것도 여러 선택지들 중 하나”라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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