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5 (토)

韓·美 공동개발 스피어엑스, ‘3차원 우주지도’ 만든다 [뉴스 투데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8일 美 기지서 발사

온 우주 102가지 적외선 파장 촬영

10억개 천체 분광 자료 수집 기대

우주 기원·생명체 존재 환경 파악

한국천문연구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온 우주를 102가지 색으로 관측해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를 만든다. 이를 통해 우주 초기 형성과정과 은하의 진화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또 우리은하 내에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물과 이산화탄소의 분포를 지도로 만들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파악한다.

세계일보

최종 테스트를 완료한 스피어엑스. 우주항공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주항공청은 나사가 한국천문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가 28일 낮 12시(현지시간 27일 오후 7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된다고 12일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이달 발사돼 약 2년6개월 동안 0.75∼5.0μm(마이크로미터) 파장 범위에서 온 하늘을 촬영한다. 태양동기궤도(지상 약 650㎞ 고도)를 돌며 온 우주를 네 번에 걸쳐 관측한다. 이를 통해 약 10억개의 천체(은하·항성·블랙홀 등)에 대한 개별 분광 자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피어엑스는 나사의 중형 탐사 임무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캘텍) 주관 아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천문연 등 12개 기관이 참여했다. 2800억원 규모 프로젝트로 2019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에 참여한 유일한 국제협력 기관으로, 근적외선 우주망원경(NISS) 개발 경험을 인정받아 2016년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를 위해 150억원을 들여 영하 220도 우주환경을 구현하는 극저온 진공 체임버를 개발하고 우주망원경의 광학·분광 성능 시험을 주도했다.

스피어엑스의 크기는 가로 1.5m, 높이 1.3m로 20㎝의 망원경을 탑재했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의 전천(온 하늘) 적외선 영상분광탐사를 위한 망원경이라는 점이다. 총 102개의 적외선 파장으로 우주를 촬영할 수 있다. 지상에서는 적외선이 대기에 산란·흡수돼 관측이 어렵다.

영상분광탐사는 넓은 영역을 보는 ‘영상관측’과 개별 천체의 파장에 따른 밝기 변화를 측정하는 ‘분광관측’을 동시 수행하는 기술이다. 천체 하나에 대해 100개 파장대의 분광 정보를 얻고 싶다면, 특정 빛만 통과하는 필터 100개를 일일이 바꿔가며 사진을 100번 찍으면 된다. 다만 우주에 필터 100장을 가져가기는 불가능하다. 스피어엑스는 필터 위치에 따라 투과하는 빛이 달라지는 특수선형분광 필터를 사용해 ‘영상’과 ‘분광’ 정보를 동시에 얻는다. 이를 사용하면 필터를 바꿔 낄 필요 없이 망원경의 방향을 조금씩 바꿔가며 102개의 색으로 우주를 찍을 수 있다.

세계일보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얻어질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 예상도. 우주항공청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 덕분에 스피어엑스는 매우 넓은 관측 시야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 제작이 가능하다. 극히 좁은 시야를 깊게 보는 것이 강점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 나사 과학임무국 국장 니키 폭스 박사는 우주를 영상분광으로 관측하는 것에 대해 “전 우주에 대해 102개에 달하는 색깔로 관측하는 것은 세계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획기적인 시도”라고 설명했다.

천문연은 스피어엑스의 관측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빅뱅 직후 우주 급팽창(인플레이션)의 원인·배경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 탄생 이후 70억∼80억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3차원 은하 지도를 만듦으로써 우주 급팽창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단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볼 수 없던 어두운 은하 빛의 총량을 측정해 은하 형성과 진화에 대한 비밀도 밝힐 수 있을 전망이다. 천문연 측은 빅뱅 이후 5억년 즈음의 빛까지 관측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얼음 분포도 연구한다. 우리은하에 얼음 상태로 존재하는 물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메탄올 등의 분포를 지도화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

우주망원경 기획부터 관측 자료에 대한 추후 과학연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경험은 국내 천문학계에 큰 자산이 될 전망이다. 천문연 정웅섭 책임연구원은 “각 단계별로 많은 과학자가 교류하며 알게 모르게 기술들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