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이하男 소개받지 말자"…뜻밖의 '페미 논란' 휩싸인 LG생건, 사과

LG생활건강이 출시한 발을씻자 신제품/사진=LG생활건강

생활용품업체 LG생활건강이 '남성혐오' 의혹을 받고 있는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에게 광고를 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온라인에서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 일자 해당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LG생활건강 산하 위생용품 브랜드 온더바디가 전개 중인 '발을씻자'는 12일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긴장감을 가지고 매일 밤낮으로 모니터링하는 담당자로서 주말에 검색을 통해 커뮤니티 글을 인지했다"며 "놀란 마음에 해당 계정과 협의하고 나서 광고를 당일 삭제했다"고 밝혔다. 발을씻자는 LG생활건강이 출시한 발세척 전용제품이다.

이어 LG생활건강은 "한없이 애정하는 모든 고객분들께 기쁜 소식만을 전해야 하는데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려 담당자로서 더욱더 괴로운 마음"이라며 "브랜드 계정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지금보다 더욱 온 힘을 다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남겼다. 또 "앞으로 모든 소통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글 조회수는 오후 2시 기준 147만회를 넘었다.

논란이 된 건 지난 7일 LG생활건강이 27만명의 구독자(팔로워)를 보유한 X 인플루언서(계정 아이디 진수)와 진행한 광고 때문이다. 이 인플루언서는 최근 "키 160대 남자들은 인간적으로 여소(여자소개) 받지 말자"는 등 남성혐오성 게시글을 남겨 논란이 됐었다. 이 밖에도 지난해 서울 동덕여자대학교 남녀공학 전환 시위를 지지하는 견해를 보여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인플루언서는 이날 "남초(남성비중이 높은) 커뮤니티에서 불매 관련 글이 올라온 것이 지난 주말이었다. 확인했을 때 이미 1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해 베스트로 올라갔다"며 "광고 글을 내리는 게 좋겠다는 건 상호 협의하에 결정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믿고 맡겨준 광고에 잡음을 낸 게 미안했다. 제 트윗(게시글)이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광고는 LG생활건강이 최근 출시한 발을씻자 신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와 협업한 복숭아향, 민트초코향 신제품을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7월에도 이 인플루언서에게 애견용 신제품 광고를 제공했었다. 이 인플루언서는 게시글에 '광고'란 설명과 함께 "발을씻자에서 새 냄새가 나왔다"고 적었다.

광고가 게시된 이후 온라인에서 반응은 엇갈렸다. 이 인플루언서에게 광고를 제공했다는 데 거부감을 가진 누리꾼들은 LG생활건강에 항의 글을 남기며 '발을씻자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누리꾼이 공개한 LG생활건강의 답변에는 "젠더 갈등을 유발하려는 어떤 의도가 없었다. 해당 인플루언서가 남혐 언급을 하는 인물인지 사전 인지가 안됐다"고 적혔다.

반면 LG생활건강의 대응조치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누리꾼도 있었다. 이들은 일부 누리꾼들이 제기한 '남혐 논란'에 대해 LG생활건강이 적극적으로 대처한 데 대해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한 누리꾼(t**)은 "(이런다고) 남자들이 그걸 살 것 같냐"며 "대체품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w**)도 "남초(커뮤니티)에서 항의 넣어서 삭제됐다는 게 진짜인가? 앞으로 불매해야겠다"고 남겼다.

LG생활건강이 '발을씻자'X계정을 통해 게재한 내용./사진=X화면캡쳐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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