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지구 美인수 구상 발표 후 아랍 정상과 첫 회동
자금 원조 중단 등 물밑 압박에 요르단 국왕 입장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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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을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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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어린이 2000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아랍권 국가의 첫 전향적 입장이다.
압둘라 2세 국왕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구상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요르단과 이집트를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지역으로 지목하고 자금 원조 중단 등을 시사하면서 압박하자 입장을 다소 돌아세운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비판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이른바 '충격과 공포' 전술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가 중동국가에도 통했다는 평가다.
압둘라 2세 국왕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와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000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이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면서도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압둘라 2세 국왕의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를 위해) 요르단과 이집트의 일부 땅과 그외 다른 지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을 촉구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둘라 2세 국왕의 발언에 대해 곧바로 "매우 아름다운 제스처"라며 "감사히 생각한다"고 했다. 또 "나머지는 이집트와 함께 협력할 예정이고 여러분들은 위대한 진전을 보게될 것"이라며 "100%는 아니지만 99%는 이집트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가자지구 구상'을 밝힌 뒤 아랍권 국가 정상과 처음 대면 회담하는 자리였다. 압둘라 2세 국왕이 지난 5일에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과 회담 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토지를 합병하거나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에 대해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혔던 만큼 이날 회담에서 나올 입장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가자지구 개발 구상의 핵심 전제조건인 가자지구 주민 이주를 위해 요르단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이날 회담의 최대 의제였던 셈이다.
압둘라 2세 국왕의 입장 선회는 원조 중단 가능성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물밑 압박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 앞서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미국이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원조한다"며 사실상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을 압박했다.
미국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요르단에 17억달러(약 2조5000억원), 이집트에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원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우리는 협박하지 않는다"며 "그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지만 지원을 언급한 것 자체가 압박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과 질의응답에서 가자지구 구상과 관련, '미국이 가자지구를 어느 권한 아래 둘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의 권한"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가자지구를 개발하는 동안 가자지구에서 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구상을 두고 인종청소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또다른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사들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사지 않아도 된다"며 "우리는 가자를 가질 것"이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무슨 의미냐'고 다시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살 이유가 없다"며 "그 곳은 가자지구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져가서 지키면서 소중히 간직하고 끝내는 중동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200만명을 모두 이주시키는게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수십년, 수백년에 걸쳐 일어난 다른 사건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라며 "현재 전세계에 가자지구보다 열악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주를 거부할 경우 강제력을 동원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들은 (이주에) 행복해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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