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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트럼프, 韓 수출 주력 車-반도체-의약품에도 추가 관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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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통상전쟁]

美의존도 車 49%-의약품 16% 최고

기업들, 美 현지 생산 확대 등 고심

최상목 “日-EU 등과 공동대응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알루미늄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까지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해당 품목들은 한국 기업들의 주력 수출 품목인 데다 공통적으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정부는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비슷한 입장에 처한 국가들과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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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 달러(약 50조 원), 반도체는 106억 달러(약 15조 원), 의약품은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미국 수출 의존도 49.1%)와 의약품(15.8%)은 전 세계 국가 중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으며, 반도체(7.5%)는 미국이 한국에 5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수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북미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1∼9월 북미 매출이 전년 대비 19.5% 늘어난 313조 원에 달했다.

각 업계에서는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1∼3월)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공장까지 합쳐 미국 내에서 연간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하면 국내 생산분을 대체할 수 있다.

다만 국내산 강판을 쓰면 새로 부과되는 철강 관세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관세 부과로 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동차뿐 아니라 건설, 조선 등 전방 산업에 부정적인 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수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미국 수출길에 장애물이 생기면서 더욱 암울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도 비상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인공지능(AI) 서버 확대 덕에 지난해 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116.2% 늘었는데 이런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만 있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는 중이라 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 밖에서 조달해야 한다. 바이오 업계 역시 고객사 중 미국 기업이 많아 앞으로 미국 생산기지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업계와 소통하면서 피해를 입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또 “관세 조치 발효일인 3월 12일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한국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대미 협의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의 대미 소통도 지원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최 권한대행은 이어 “일본, 유럽연합(EU) 등 우리와 유사한 상황인 국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정부는 그간 유지돼 온 철강 쿼터 폐지에 따른 대미 수출 경쟁력 분석 등 대응 전략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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