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행정명령에 사법부 잇단 제동…관세부과 불확실성에 기업들도 불만
학자들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 전례없는 위기"…민주당 "정부 폐쇄 각오로 예산안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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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경기가 열리는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철강, 알루미늄에 대하 25%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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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 첫날에만 '출생 시민권' 제한, 남부 국경 비상사태 선포,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종료, 정부효율부(DOGE)·국외수입청 설립 등과 관련된 46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한 연방자금 지출을 동결하고, 일론 머스크가 수장으로 있는 DOGE와 함께 국제개발처(USAID) 인력 감축 및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에 제동을 거는 사법적 판단과 함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방판사 "법원 명령대로 연방자금 동결 즉시 복원해야"
미국 연방법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연방자금 지출 동결, 정부 직원들의 '조기 보상 퇴직'(buyout) 등을 일시 중단시키거나 무효화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사법부와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존 매코널 로드아일랜드 연방법원 판사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자금 지출을 동결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을 위반했다며 "즉시 동결된 자금을 복원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원과 충돌하면서 미국 민주주의를 위험한 순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은 (연방자금) 지출을 통제할 수 없고 부서를 없앨 수도 없다"며 "매일 헌법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한 오마르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헌법적 위기를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 날부터 그가 독재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고 지금 그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고발자들이 부당 행위, 권한 남용, 공공 안전에 대한 위협 등을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포털을 개설하기도 했다.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쥐어짜낸 방안인 셈이다.
크리스 머피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은 ABC에 "우리는 현재를 엄청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곧 미국 대중이 들고일어나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선언할 것이라 본다"고 전했다.
민주당, 정부 폐쇄 각오로 예산안 저지 움직임
한국계 앤디 김 뉴저지주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부 예산안 심의를 활용해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NBC에 출연해 "정부 근간을 훼손하는 데 고스란히 투입될 예산이라면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지원 중단 조치들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공화당의 정부 예산안에 대한 민주당 차원의 지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예산안 통과 기한인 3월 14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공화당은 의회 다수 의석에도 불구하고 내부 결집에 어려움이 있어 민주당의 지지가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산안에 합의가 불발되면 정부 셧다운(shutdown) 상태가 올 수 있다. 이 경우 공공기관 업무가 중단되고 공무원 임금 지급이 중단되는 등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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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는 오는 3월 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11일 인천의 한 제철공장에 철근이 쌓여 있다. 2025.2.1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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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에 미국 기업 우려 심화…불확실성에 따른 생산 활동 둔화
트럼프 행정부에서 글로벌 무역전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한 후 유예했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3월 12일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가 시작된다. 이번주 상호 관세 부과도 예고돼 있다.
북미 중소기업 네트워킹 플랫폼인 얼라인어블(Alignable)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관세 부과로 인해 매출 손실을 예상하는 사업주가 30%에 달하며,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주의 비율도 1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의 글렌 스티븐스 주니어 자동차 및 모빌리티 이니셔티브 부사장은 "기존 시스템에 갑자기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순데레시 헤라고 교수는 "협상 전략인지 영구적인 조치인지 분명하지 않으며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EU)을 넘어 브릭스(BRICS) 국가들까지 확대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싫어하기에 모든 것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생산 활동 둔화를 의미하며 동시에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며,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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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현지시간) 제4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 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2025.01.21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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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심 헌법적 가치 무시…'견제와 균형' 무너져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각계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어윈 체메린스키 캘리포니아대 법학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18일 동안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행위가 너무 많이 발생했다. 이런 일은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지금 헌법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케이트 쇼 펜실베이니아대 법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여러 행정명령과 기타 행정 조치는 의회에서 제정한 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며 "권력 분립, 표현의 자유, 법 앞의 평등 같은 핵심 헌법적 가치를 최대한 무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트머스 대학교의 정치학자인 브렌던 니한도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법과 헌법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에서는 의회, 대통령, 그리고 법원 중 한 기관이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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