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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AI와 디지털전환] 딥시크 사례가 말하는 글로벌 AI 경쟁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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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신정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래블업 대표)


최근 딥시크(DeepSeek) 사례가 인공지능(AI)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례를 두고 “정말 싸게 나왔는가?” “미중 갈등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오픈AI와 엔비디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이 사례의 핵심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술 혁신과 시장 구조 변화, 그리고 글로벌 경쟁 구도 전반의 변화에 있다는 점이다.

딥시크는 '싸면서도 비싸다'라는 모순적 평가를 받는다. 중국 AI 시장은 기존 프레임워크 종속을 벗어나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최적화를 시도해 왔다. 중국 엔지니어들은 텐서플로(TensorFlow)와 파이토치(PyTorch) 대신 독자적 시스템과 최적화 기법을 개발하며 새로운 기술을 직접 만들어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딥시크 팀은 고빈도 트레이딩(HFT)에서 쌓은 네트워크 및 하드웨어 최적화 경험을 AI 모델에 적용, GPU 간 통신을 극대화하는 듀얼파이프(DualPipe) 기술과 FP8 연산 등 최적화 기법을 도입해 GPU 훈련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다. 물론 이 성과 뒤에는 거대한 고정비용이 숨어 있지만 그 기술력과 효율성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도 딥시크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 정부는 과거 수백개의 거대언어모델(LLM) 기업과 모델을 엄격한 규제로 걸러냈고 극한 경쟁을 뚫은 몇몇 기업만이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업은 정부 지원과 치열한 경쟁,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 모델과 맞먹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미국 GPU 수출 규제는 완전히 통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H100 대신 H800을 중국에 공급하며 FP16·FP8 연산 성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일부 제약만 걸어 실질적 모델 훈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비용 절감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갈등 속 미국 규제에도 중국 기업이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판도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딥시크의 미국 앱스토어 1위 사례처럼 소비자 AI 시장에서는 기능, 가격,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 사용자는 모델이 어느 나라 제품인가보다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보인다. 한국도 지역적 모방이나 추격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과거 가전, 조선, 반도체 등에서 세계 상위권을 유지했던 것처럼 AI 산업에서도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해야 한다. 자체 기반 모델 개발이 어렵다면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특정 도메인에 특화된 버티컬 AI 모델을 개발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오픈AI '비법'도 이제 감출 수 없다. 딥시크처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독점적 기술이 금세 모방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앞으로도 신서비스를 내놓겠지만 복제 시간은 갈수록 짧아질 것이다. 엔비디아 역시 딥시크를 통해 자사 하드웨어 의존도를 높여 독점적 지위를 굳건히 할 가능성이 크다. 엔비디아 전용 최적화 기술은 다른 칩셋으로 전환하는 데 큰 비용과 리스크를 안겨 단기적으로 경쟁자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이처럼 AI 인프라와 소프트웨어(SW) 최적화 측면에서 비용 절감 여지는 여전히 크며, 앞으로의 경쟁은 기술 혁신과 효율성에 달려 있다. 딥시크 사례는 한 기업의 기술 성과를 넘어 글로벌 AI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한다. 우리나라도 지역 전략에 머무르지 말고 세계 시장에서 통할 기술과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성능, 가격, 접근성을 겸비한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어 글로벌 1위를 노려야 한다.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이 시대에 정답은 없으므로 끊임없는 관찰과 신속한 전략 수정만이 생존의 길일 것이다.

신정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이사·래블업 대표 jshin@lablu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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