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7 (목)

나흘전에도 동료 폭행…대전 '초등생 살인' 교사, 왜 못 막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대전=뉴시스] 송승화 기자= 11일 교사의 흉기에 찔려 숨진 여학생이 다닌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 정문쪽에 고인을 명복을 비는 조화와 메모 인형, 과자가 놓여있다. 2025.02.11. ssong1007@newsis.com /사진=유순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같은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앞서 해당 교사가 문제 행동 조짐을 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범행 나흘 전 동료 교사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 교육지원청으로부터 분리 조치를 받았으나 곧바로 사건이 터졌다. 해당 교사는 우울증을 이유로 지난해 말 6개월간 휴직을 신청했다가 20일만에 조기 복직했다.


우울증으로 휴직했다 20일만에 복직...교육청 "전문가 소견 막을 방법 없어"

11일 대전시교육청 브리핑에 따르면, 교사 A씨는 지난해 12월 9일부터 6개월간 질병휴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정신과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며 같은달 30일 학교로 돌아왔다. 본래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으나 복직 후에는 교과전담 교사로 근무했다.

최재모 대전교육청 교육국장은 "질병휴직은 원칙적으로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즉시 복직해야 한다"며 "의사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전문가의 의견을 신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A 교사는 지난 10일 사건 전부터 문제 행동을 보였다. 지난 5일에는 파일에 접속이 안된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파손했고, 다음날인 6일에는 동료교사에게 폭력 행위를 벌였다. 최 국장은 "지난 6일 동료교사 한 명이 불꺼진 교실에 서성이는 A교사에게 '함께 퇴근하겠냐' '이야기 나누자'는 대화를 시도했는데 폭력적으로 헤드락을 걸거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A교사는 동료 교원에게 "내가 왜 불행해야 하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지원청은 이같은 사실을 7일에 보고 받았으나 주말이 껴있어 10일 장학사 2명을 파견해 사안을 파악했다. 장학사들은 해당 교사를 분리조치하라고 권고 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A교사를 면담하지는 않았다. 최 국장은 "교사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대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학교 관리자가 간접적으로 소통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A교사는 분리조치가 내려진 당일 오후 4시30분에서 5시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돌봄교실에서 나오는 B양을 시청각실로 데려가 흉기로 찔렀다. B양을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부적격교원 찾기 위한 질환교원심의위 수년간 개최 안돼

학생들이 존경하고 따라야 할 교사가 학교 내에서 참혹한 살인을 저질렀지만 현재 체제로는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신적·신체적 질환을 가진 교원의 직무수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설치된 '질환교원심의위원회'도 수년간 열리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였다.

교원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시행령에 의거해 교육대학·대학원 재학 중 교직 적성 및 인성검사에서 적합판정을 2회 이상 받아야 한다. 다만 교직생활 중 발생하는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검사할 방법이 없어 각 시도교육청은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필요시 휴직 및 면직을 명령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심의 요청 조건이 '교육청의 특별장학 또는 감사 결과'로 까다로운데다 질환교원을 구분하는 일이 의무는 아니다보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의 경우 최근 3년간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개최된 바 없으며, 서울 역시 2021년 재설치 이후 단 한건도 열리지 않았다. 최 국장도 A교사에 대해 "(정신)질환으로 휴복직이 반복된다면 질환교원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유심한 관찰이 있을 수 있지만 해당 교사는 1회만 휴직을 한 상태였다"고 답했다.

한편 교육부는 12일 17개 시도교육감이 참석하는 긴급 협의회를 개최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전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도 성명서를 통해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대전=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