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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를 떠올리면 웅장한 알프스와 에메랄드 빛을 띄는 호수, 산양이 뛰어다니는 초원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다양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 내용을 자주 다루는만큼 스위스 관광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른다. 이를 방증하듯 올 상반기에는 기존에 운영되던 대한항공 직항편 외에 스위스에어 항공에서도 인천~취리히 항공편을 신규 개항해 급증하는 여행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처음 스위스를 여행하는 이들은 고물가에 놀란다. 하지만 어딜 가든 깨끗하고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도시와 풍경에 한번 더 감탄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 작은 나라가 유럽 강대국 사이에서 홀로 압도적인 부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스위스의 역사를 보면 국토가 대부분 산지로 이뤄진 탓에 제대로 된 경제활동이 어려워 빈국으로 보낸 세월이 길다. 그러다 산지 사이로 유통이 가능한 시계와 같은 정밀기계, 약초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후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중립국으로 부자들의 자금을 철저한 비밀주의로 관리하면서 금융산업이 꽃피웠다. 금융·보험, 제약바이오, 시계·귀금속, 정밀기계 등 모두 소위 ‘돈’ 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가 시계산업은 저렴한 일본산 쿼츠시계의 등장으로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았었고, 은행 비밀주의는 국제사회의 지속적 요구로 인해 점차 투명하게 운용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해 거대한 자본투입이 필수적인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국 빅파마와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스위스는 매번 위기를 극복하면서 부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는 그 힘에 대해 ‘혁신에 열려 있는 문화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에서 매년 실시하는 글로벌혁신지수에서 스위스는 14년째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위해 정부는 인재양성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세계대학랭킹 11위 취리히연방공대(ETH), 32위 로잔연방공대(EPFL) 등을 키워냈다. ETH는 현재까지 아인슈타인을 포함해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스위스에서 말하는 혁신하는 문화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실패한 결과일지라도 그 과정을 기억하고 축적하는 것에 기반한다. 우리 기업들은 현지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R&D(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데, 주재원들에 따르면 스위스 직원들은 한국인들처럼 결과에 빨리 도달하기보다는 과정을 일일이 논의하면서 내실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한다.
매사에 빠르게, 그리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 문화와 사뭇 다르다. 우리도 이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효율 대신 스위스처럼 ‘창조하는 과정’에 무게를 둬야 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최근 우리 바이오업계가 이러한 스위스의 혁신에 주목하면서 서울시, 포항시, 바이오협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점차 많은 양국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코트라는 우리 기업·기관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해 현지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사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다방면의 지원이 집중되는 이 시기에 스위스에서 ‘혁신’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김창석 코트라 취리히 무역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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