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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이슈 미술의 세계

자연 깃든 분청사기·일본서 되찾은 사경…호림이 사랑한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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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대표 유물 100여 점 모은 특별전 '호림명보' 개최

국보·보물 62건 포함 지정유산 한자리에…"한국 미술사 명작" 주목

연합뉴스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
[호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납작하고 둥근 몸통 위로 연잎과 연꽃, 물고기 문양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마치 연꽃이 활짝 핀 연못 같다.

회갈색의 바탕흙 위를 두껍게 칠한 유약은 수수한 듯하나 섬세하다.

조선 전기 분청사기 편병(扁甁·자라 모양으로 만든 병)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이다.

지금으로부터 51년 전인 1974년 국보로 지정된 이 편병은 기업가 호림(湖林) 윤장섭(1922∼2016)이 소장한 문화유산 중에서도 이름난 보물, '명보'(名寶)였다.

호림 컬렉션을 대표하는 명품 1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다. 11일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호림명보'(湖林名寶)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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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
[호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호림박물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립 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장섭 선생이 평생에 걸쳐 모은 유물과 기금을 바탕으로 1982년 설립됐으며 현재 국보 8건, 보물 54건,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11건을 포함해 문화유산 1만9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2006년 열린 '국보전'(國寶展) 이후 약 19년 만에 박물관이 소장한 국보, 보물 등 지정 문화유산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박물관 측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 보물, 서울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주요 소장품을 모은 자리"라며 "한국 미술사의 명작과도 같은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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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입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
[호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주요 유물을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1974년 처음으로 국보로 지정된 분청사기 편병을 시작으로 1984년 국보에 오른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와 보물 '백자 반합' 등 대표적인 도자 유물이 공개된다.

명품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은 하얀 닥종이에 먹으로 불교 경전인 묘법연화경을 정성껏 쓴 고려 사경(寫經·경전을 베껴 쓰는 작업)으로, 1971년 윤장섭 선생이 일본에서 되찾아왔다.

책 끝부분에 있는 기록에 따르면 이 유물은 세종 25년(1443)에 일본으로 건너간 뒤 선조 38년(1605)에는 '광대원'(廣大院)이라는 곳에 소장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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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 소장품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0년대∼2000년대를 다룬 전시실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유물이 많다.

풍만하고 단정한 몸체에 가늘고 작은 아가리, 굵은 손잡이가 더해진 국보 '백자 병형 주전자'는 조선 왕실에서 사용할 고급 자기를 생산하던 가마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불화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조선 전기 불화인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두 점은 나란히 전시돼 있어 시대를 아우르는 불교 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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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전시품
윗줄은 보물 '백자 반합'과 '청자 상감운학국화문 병형 주전자'. 아랫줄은 보물 '금동탄생불입상'과 '금동대세지보살좌상' [호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마지막 부분에서는 2014년 보물로 지정된 불경 '초조본 불정최승다라니경'을 비롯해 2010년대 지정된 보물과 서울시 유형문화유산 등을 소개한다.

조선 후기 대표 화가인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이 그린 그림 7폭을 모아놓은 사계산수화첩을 비롯해 국가지정문화유산 '후보'로 거론되는 작품도 볼 수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지정 문화유산 못지않게 예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숨어 있는 보물들을 통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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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고려 수월관음보살도'
[호림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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