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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500만원 깎아주는데도”…현대차, 전기차 캐즘에 ‘이 차종’ 생산 일시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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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둔화 등 캐즘 우려
울산 공장 이어 인도네시아도
아이오닉5 생산라인 중단키로

인기많은 하이브리드와 달리
주문 후 3주면 받아볼 수 있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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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인기가 되살아나지 않으면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생산라인을 연달아 멈추고 있다. 다른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아이오닉5 생산 중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2022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 거점으로 조성된 공장으로 아이오닉5를 비롯해 크레타, 싼타페 등의 차종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국내 울산1공장 12라인 가동을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해당 라인은 최근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 공회전시키는 경우가 잦았으며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일시 가동 중단을 선택했다.

자동차 정보 포털 카이즈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4만6883대로 2023년(16만2593대)에 비해 9.7% 감소했다. 지난해 부터 판매 대수에 포함된 테슬라(2024년 2만9750대 판매)를 제외하면 2024년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1만7133대로 2023년보다 27.9%나 감소했다. 올해 1월 전기차 판매량도 지난해 1월 2531대보다 6% 감소한 2378대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23년 11만1911대에서 2024년 8만5203대로 31.3% 급감했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차량 납기 정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월 딜러사들의 현대차·기아 전기차 납기 정보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평균 3주가량의 납기 기간을 설정하고 있으며 기아의 경우 평균 4~5주를 납기 기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카가 8개월 이상의 납기 기간을 설정하는 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기아 납기표에는 전기차 공통으로 “출고 여부를 점검한 후 생산에 반영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수요에 따라 생산하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여전히 불편한 충전,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 등 전기차 자체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에 더해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외부 환경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승용차에 대한 국고보조금마저 지난해 최대 650만원에서 올해 580만원으로 축소됐다. 1회 충전 주행거리, 충전 속도, 배터리 안전 관련 항목 추가 등의 지급 기준도 강화돼 보조금 감소폭은 더 커질 예정이다.

줄어든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한 중국 BYD의 경우 아토3 판매 가격을 동급 최저인 3190만~3290만원으로 책정했다. 연내 출시할 예정인 전기 세단 씰과 중형 SUV 씨라이언7도 비슷한 체급의 전기차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에 맞서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 전기차 9개 차종에 대해 기본 차량 가격 할인에 월별 재고 할인까지 더해 차종별로 300만∼500만원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아도 니로 EV와 EV6, EV9 가격을 150만∼250만원 낮춰 판매한다. 이에 더해 기아는 지난해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 추가 할인까지 진행한다.

볼보코리아는 EX30 모델의 할인을 시작했고 스텔란티스코리아도 지프·푸조 브랜드의 전기차 가격을 낮췄다. 테슬라 역시 기존 구매 고객이 지인을 추천할 경우 두 명 모두에게 전기차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신형 전기차 출시도 준비 중이다. 현대차가 최근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 기아는 준중형 전기 세단 EV4와 소형 전기 SUV EV5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를 위한 충전 인프라가 정비되고 배터리 성능·디자인 개선 등이 이뤄지면 결국은 전기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 등을 통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를 정면 돌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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