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트럼프 1기때 자발적 수출량 축소…54개 품목 관세 면제
국내기업 현지화 속도낼 듯…현대제철 등 공장 설립 검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일(현지시간)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철강업계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현지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0일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NFL 슈퍼볼이 열리는 뉴올리언스행 전용기에서 이같은 계획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점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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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철강 미국 수출량 및 한국의 주요 철강 수출국/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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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량 기준 3위…지난해 276만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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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철강의 핵심 시장으로, 지난해 한국의 철강 수출에서 미국은 물량 기준으로는 3위(9.8%), 금액으로는 1위(12.4%)였다. 미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은 4위 대(對)미 철강 수출국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에도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후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영국 등 일부 주요 교역국엔 무관세 수출 할당량을 허용한 바 있다.
당시 한국도 25% 고관세 적용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출량을 줄이고 '철강 제품 쿼터 부과국' 지위를 받아들여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철강 제품 54개 품목, 263만톤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이에 2014년 17.2%였던 한국 철강의 대미 수출 비중은 트럼프 1기가 시작된 2017년 11%를 기록한 후 지난해 9.8%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국에 수출한 철강 물량은 △194만톤 △269만톤 △252만톤 △259만톤 △276만톤으로 매년 쿼터 물량인 263만톤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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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쿼터 263만톤 관건…국가적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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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서 멕시코만을 '걸프 오브 아메리카'로 바꾸는 포고문에 서명을 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사진=(AFP=뉴스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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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철강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쿼터 유지'가 관건이란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국가의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점 외에 쿼터제를 적용받는 국가들에 대한 상세 내용 등은 확인되지 않아 다양한 시나리오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263만톤을 축소할지, 유지할지가 관건"이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쿼터 유지를 위해 어떻게 협상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쿼터 유지를 위해 각국이 어떤 조건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려는 미국의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쿼터가 유지되더라도 중국산 저가 철강의 국내 유입을 심화시키는 등 간접적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철강이 약 50만톤 수준인데 해당 물량 중 상당수가 한국이나 일본, 무역장벽이 낮은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멕시코·캐나다산 수입품 25% 관세 부과 방침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멕시코에 차량용 강판(CGL) 공장을 둔 포스코는 대부분 내수용이라 직접 영향권에선 비껴갔지만, 고객사의 가격 인하 압박이 우려된다. 멕시코 현지에서 철강재를 공급받는 고객사가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높아진 관세 일부를 원가 절감으로 상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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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화 속도 낼까…'신중론' 무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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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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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미국 현지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2016년 미국 휴스턴 공장을 인수해 생산 거점을 마련한 세아제강은 상대적 수혜가 기대된다. 이곳의 연간 생산량은 약 25만톤 수준이다. 최근 현대제철은 미국 남부 현지에 제철소 설립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는 최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내 상공정에 대한 검토는 투자비도 높고 변동성도 높아 다양한 옵션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상공정은 고로 또는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일각에선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관세 부과 발표 이후 국가별 협상이 이뤄져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이야기를 던지고, 따로 협상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구체적 내용이 확인 되는 대로 미국 내 생산법인 등을 유기적으로 활용한 대응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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