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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이 열리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서 멕시코만을 '걸프 오브 아메리카'로 바꾸는 포고문에 서명을 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5.02.10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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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46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많은 개수였고, 이후로도 서명을 쉬지 않는다. 입도 바쁘다. 미리 준비한 발언에 즉흥 답변까지, 전세계 언론이 그의 발언을 '속보'로 타전한다. 여기에 SNS(소셜미디어)를 더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은 하루에 많게는 수십 개 글, 사진, 영상을 올리거나 퍼 나른다.
이런 그에게 미국인 과반은 박수를 보낸다. 9일(현지시간) 공개된 CBS뉴스-유거브 여론조사(미국인 2175명 표본조사, 오차범위 ±2.5%p) 결과, 53%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 평가했다. 집권 1기 직후였던 2017년 2월 같은 조사 대비 지지율은 9%포인트 올랐다. 심지어 다수가 트럼프를 "강하고(tough) 힘이 넘친다(energetic)"고 묘사했다. 8년 전에는 "변덕스럽고(Temperamental) 정신없다(Distracted)"는 평가가 많았다.
트럼프의 말이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 했고, 덴마크에 그린란드 판매를 제안했다. 파나마 운하를 넘기라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해 팔레스스타인인을 내쫓겠다고 했다. 국내에선 USAID(미 국제개발처)와 교육부 등을 폐쇄하고, 연방수사국(FBI)·CIA(중앙정보국) 직원을 정리해고한다. '미치광이 전략'은 그대로다.
차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혼돈을 준비했다는 것. 8년 전에는 공화당 주류마저 불안해했지만 지금은 강력히 지지하고, 1기와 달리 2기 백악관과 내각은 '예스맨' 일색이다. 트럼프를 맞이하는 세계도 변했다. 미국이 국제기구를 탈퇴하자 아르헨티나가 뒤따랐고, 세계 각국의 선거에선 극단주의 세력이 약진한다. 나치 과거에 치를 떠는 독일마저 오는 23일 극우 AfD(독일대안당)의 승리를 걱정할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세상이 분명 미쳐가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 많은 이가 트럼프 때문에 세상이 어지럽다고 믿는데, 그의 현실 인식은 정반대였다. 그 때문에 국제사회를 커다란 투전판처럼 바라보고 거래 손익을 계산하는 트럼프의 방식에 8년 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환호하는 흐름이다.
외교안보연구소 인남식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판을 거세게 흔들어 혼조 속에서 이익을 포착하는 행태"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인 목표와 이행계획은 없지만 그렇다고 과시용도 아닌, 조건과 환경에 맞춰 대응하려는 예측 불가능한 협상 전략이다. 과거의 상식에 기댄 대응은 통하지 않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엄청난 존경" "위대한 친구" 등 찬사를 쏟아냈다. 두 번째 상대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한술 더 떠 "TV에선 뵙던 분을 가까이서 뵈어 각별히 감동했다"고 말했다. 과거라면 '국가적 자존심을 내팽개쳤다'며 비난받을 언사지만 "아부의 기술" "실리 외교"라며 자국에선 칭찬받는 모양이다. 트럼프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세상도 변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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