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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세수 예측 실패, 20조원은 집행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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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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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 등에 따라 발생한 20조원 남짓 불용(예정된 지출을 하지 못한 세출액)은 정부의 경기 대응력이 심각하게 훼손된 핵심 원인이다. 지난해 10월 들어 경기 회복세가 꺾인 데도 이런 재정 운용 부실이 영향을 끼쳤다.



10일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정부가 지난해 쓰기로 잡아둔 돈(전년도 이월액 포함)은 554조원이다. 이 중 20조1천억원을 정부는 쓰지 못했다. 정부가 계획대로 지출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매년 있다. 예산 사업의 진행 정도에 따라 돈을 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산에서 비중이 큰 토목·건설 사업과 복지 사업에서 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불가피한 ‘불용’ 말고도 정부의 낙관적 경기 전망 등에 따른 세수 결손에서 초래된 불용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초부터 세금이 덜 걷히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예산 사업 계획 수립과 집행에 변화를 주면서 평년보다 불용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돈이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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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보내기로 한 교부세·교부금도 그런 불용 중 하나다. 이들 지출은 국세 수입에 따라 액수가 정해지는 터라 세수 결손 영향을 곧장 받는다. 그 규모만 6조5천억원에 이른다. 중앙정부 예측 실패로 세수 결손→교부세·교부금 감소→돈 가뭄에 따른 민생·교육 사업 축소가 발생한 것이다.



세입 전망 오류에서 비롯된 불용은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을 훼손하는 문제점도 낳는다. 전반적인 경기가 위축될 때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돈이 없어 외려 경기를 끌어내리는 구실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1분기 1.3%→2분기 -0.2%→3분기 0.1%→4분기 0.1% 등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다.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3분기 0.4%포인트에서 4분기 0.0%포인트로 뚝 떨어졌다. 세수 부족으로 돈을 쓰지 못해 경기 하강을 막지 못한 걸 여실히 보여준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재작년에 이어 지난해 또한 재정의 경기 안정화 기능이라는 재정정책의 핵심 원칙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경기 대응 책임을 외면하며 2년 연속 대규모 불용을 자초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건전재정’ 기조에 과도하게 매달렸기 때문이란 평이 많다. 세수 결손 상황에선 덜 걷히는 세금 대신 국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함으로써 재정지출을 계획대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불용과 기금 재원 돌려막기로 결손에 대응했다. 이날도 기재부는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기금 여유 재원 등을 최대한 활용해 민생 안정과 경제 활력 등 재정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최하얀 박수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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