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고체 배터리 올해 시범 생산⋯2030년 양산 목표
글로벌 OEM 배터리 자체생산 체계 구축 앞다퉈 추진
배터리 직접 생산으로 원가 낮추고 경쟁력 확대 차원
배터리 업계 "완성차 업계 내재화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
EV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원가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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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조코 위도도(Joko Widodo)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지난해 7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세운 배터리셀 합작공장 HLI그린파워에서 생산한 배터리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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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현대 웨이(Hyundai Way)'라고 명명한 전동화 역량 강화 중장기 전략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와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시장, 차급, 용도, 성능, 가격별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현대차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를 연내 시범 양산에 들어가고, 오는 2030년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9월에는 배터리 소재 업체 에코프로비엠과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목표로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아울러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과 함께 리튬메탈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 외에도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23년부터 향후 3년간 배터리 원가를 56% 낮추고,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T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생산 공장을 통해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80 배터리(지름46mm·길이 80mm) 자체 생산 능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3억7500만 달러(약 5443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12월 미국 텍사스주에 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정제 공장을 준공했고, 이곳에서 연간 약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용 수산화 리튬을 생산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고체 배터리 연구를 시작했고, 올해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는다는 목표다.
또 일본에 4000억 엔, 미국에 3300억엔 등 총 7조원 이상의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를 통해 약 4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배터리 자회사인 프라임어스EV와 함께 후쿠오카현에 2500억 엔을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 남동부에 배터리 개발 센터를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섰고, SK온, CATL 등 배터리 업체와의 합작 공장도 설립했다. GM은 미국 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2026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중국의 LFP 배터리 제조업체인 궈셴(Guoxian)의 지분을 인수했다. BMW그룹은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전기차를 2030년까지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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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도요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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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전기차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현재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시기를 지나 본격적인 전기차의 보급이 확산하는 호황기에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확보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배터리의 안정적인 수급을 도모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배터리업체들은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생산설비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 중이다. 고객사인 완성차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향후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수요 감소와 단가 인하로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전기차용으로 적합한 고품질의 배터리 개발과 양산 기술 획득은 오랜 기간의 연구개발(R&D)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사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대규모 배터리 생산은 양산과 관련한 추가적인 경함과 노하우, 인력 확보를 요구한다. 실제로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적정 수율 확보가 배터리 업체의 경쟁력이자 후발 주자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배터리 사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2차전지 제조업체들은 매출 상당 부분이 EV용 배터리에서 발생하고 있고, 향후 EV 시장 확대에 따라 더욱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성공적으로 달성될 경우, EV용 배터리에 대한 수요 감소나 단가 인하로 2차전지 업체의 성장과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배터리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 등이 필요하고, 초기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장치 산업"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전기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고, 이를 통해 2차전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가 기존 2차전지 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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