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 린샤오쥔 넘어트리고 미소지었다"…남자 5000m 계주 뒤 中 언론 '충격 주장'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부진과 관련해 중국 매체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의도적으로 저격했다.

중국 매체 소후 닷컴은 지난 9일(한국시간) 한국 남자 국가대표 쇼트트랙팀이 고의로 린샤오쥔을 넘어뜨린 뒤 웃음을 지어 보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중국 하얼빈에 있는 헤이룽장 빙상 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이 열렸다. 한국은 이날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남자계주 준결승이 먼저 진행됐다. 2조에 배정된 한국은 카자흐스탄, 홍콩, 인도와 격돌했다. 박지원, 박장혁, 김건우(스포츠토토), 이정수(서울시청)가 나서 6분53초912로 1위에 올랐다. 카자흐스탄이 6분55초242로 2위였다.

결승에선 카자흐스탄, 중국, 일본과 싸웠다. 한국은 박장혁, 박지원, 장성우, 김태성이 출격했고, 중국은 류 샤오앙,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 쑨룽, 류 샤오린 산도르를 내세웠다. 각 팀 에이스인 박지원과 린샤오쥔이 마지막 주자를 맡았다.

결승 레이스 막바지에 한국과 중국이 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중국이 1위, 한국이 2위인 상황에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박지원과 린샤오쥔, 두 에이스 간 레이스가 성사됐다.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두 선수가 몸싸움을 펼쳤다. 린샤오쥔이 손과 몸을 썼고 박지원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다 린샤오쥔이 넘어졌고 한국은 카자흐스탄에 선두를 내주며 2위로 들어왔다.

경기 후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 후 박지원에게 페널티를 선언했다. 린샤오쥔과 몸싸움 과정에서 나온 반칙이다. 두 선수가 같이 경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게만 페널티를 선언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실격, 중국은 7분03초909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얻어냈다. 금메달은 어부지리로 카자흐스탄에 돌아갔다. 기록은 6분59초415였다.

소후닷컴은 이후 린샤오쥔이 넘어지면서 동메달 확보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고 이 탓을 한국 대표팀에 돌렸다.

매체는 "카자흐스탄이 금메달, 일본이 은메달, 중국이 동메달을 차지했고 한국은 파울로 실격됐다"라면서 "경기 후 한국 선수들은 밖에서 웃고 떠들었다"라며 한국 선수들이 고의로 린샤오쥔을 넘어뜨려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드러냈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중국 대표로 출전해 남자 500m 금메달, 남자 1500m 은메달, 그리고 이번 남자 계주 동메달을 수확했다.

린샤오쥔은 혼란스러운 대회 일정을 보내야 했다. 8일 열린 혼성 계주 2000m에서 중국대표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가 결승선 한 바퀴 반을 앞둔 곡선 주로에서 블록을 밟고 넘어져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1등 도우미가 됐다.

하지만 린샤오쥔은 이어진 남자 1500m 은메달로 흐름을 바꿨고 자신의 주종목인 500m에서 금메달까지 차지했다.

총 세 차례 재경기가 진행된 남자 500m 결승에서 린샤오쥔은 박지원과 장성우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 경기에서 중국 동료 쑨룽이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력을 얻은 린샤오쥔은 아웃코스로 내달려 박지원을 제쳤고,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중 동료로부터 '밀어 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 해당 선수들은 제재받는다.

그러나 심판진은 이 장면에 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린샤오쥔이 금메달을 챙겼다. 린샤오쥔의 반칙성 우승에 대해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은 심판 판정은 15분 이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15분이 지난 뒤에 이를 알게 됐다.

다음날 9일 열린 남자 1000m에선 린샤오쥔이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를 당했다. 준결승에서 레이스 초반 일본의 시마다 마쓰즈를 추월하던 장면이 문제가 됐다. 결국 긴 비디오 판독 끝에 린샤오쥔이 페널티를 받았다.

중국 대표로 활동한 지 어느덧 3년 차가 됐지만 국제종합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2018년 한국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인 평창 올림픽에서 개막 2일 차에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주인공이다. 그는 "다음 베이징 올림픽에선 쇼트트랙과 롱트랙(스피드스케이팅)에 같이 출전하고 싶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펼치던 한국 방싱의 자랑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이듬해 대표팀 훈련 중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은 그의 인생을 180도 뒤집어놨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징계 처분을 받은 그는 훈련이 어렵게 되자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해 귀화까지 선택했다. 이후 해당 사건은 대법원판결 끝에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린샤오쥔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그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순 없지만 조국에 대한 배신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린샤오쥔은 2020년 하반기 중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적 변경 선수 규정에 의해 출전할 수 없어 두 대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한 그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과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쌓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첫 종합대회에 출전한 린샤오쥔은 중국 대표로 첫 금메달을 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9일 모든 대회 일정을 마친 린샤오쥔은 '엑스포츠뉴스' 등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첫 금메달을 딴 뒤 "울컥했다"면서 "유일하게 메달이 없는 대회가 아시안게임이었다. 그래서 꼭 참가하고 싶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한다. 나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금메달 이후 눈물의 의미에 대해선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울컥하더라"고 돌아봤다.

동갑내기이자 경쟁자였던 박지원이 린샤오쥔을 향해 "고생했다"는 덕담을 남겼다고 전하자, 그는 "나도 원래 주 종목이 1500m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며 "친구이자 초등학생 때부터 같이 훈련해온 (박)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며 '아,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동기부여가 됐다. 경기장에서는 경쟁자지만 밖에서는 친구라 서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박지원을 응원해 줬다.

중국은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중국은 자국 대회에서 총 9개의 금메달이 걸릴 쇼트트랙 종목에 단 2개의 금메달 확보에 그쳤다. 린샤오쥔이 남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3000m 계주에서 중국이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한 것이 전부다.

이날 남자 계주를 카자흐스탄에 내준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 종목을 한국이 휩쓸었다. 여자 500m는 최민정, 김길리, 이소연이 각각 금, 은, 동을 싹쓸이했고 1000m도 최민정과 김길리가 금메달,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길리는 여자 1500m 금메달로 중국의 추격을 뿌리쳤다.

남자 대표팀은 남자 1000m에서 장성우, 박지원이 각각 금과 은을, 1500m에서는 박지원이 금메달, 장성우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성 계주 2000m 금메달은 남녀 대표팀이 합작한 우승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소후닷컴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