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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트럼프, 이번엔 “상호관세” 통상전쟁 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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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1일께 다수국가 부과방안 발표”… 보편관세 이어 ‘상호 동등 관세’ 무기

무역적자 내세워… 韓도 영향 우려

美日정상회담 “北 완전 비핵화” 성명

트럼프 “北 관계 맺을것” 대화 의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혹은 11일 다수 국가에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7일(현지 시간) 밝혔다. 앞서 올 4월까지 주요국에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또 하나의 관세 무기로 상호 관세도 도입할 뜻을 밝힌 것이다. 상호 관세는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 수준에 맞춰 동등한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모든 수입품에 일정한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와 다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4일부터 중국산 상품에 10%의 추가 보편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도 10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10∼15%의 보복 관세를 매기기로 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까지 거론하자 사상 최대의 대(對)미국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한국 역시 트럼프발(發) ‘관세 폭풍’의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특정 품목의 불균형 교역 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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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시바에 두 손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악수하며 웃고 있다. 이날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10일 또는 11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두 정상은 이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며 이를 위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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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7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각국이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동일한 수준으로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상호 관세 부과 대상 국가는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발표 시점은 “10일 또는 11일”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상호 관세 부과가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혀 한국 등 대미 교역에서 흑자를 기록 중인 주요국들이 그 영향권임을 시사했다. 상호 관세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는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던 조치다. 이에 따라 그간 국제 통상의 스탠더드로 통한 WTO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 당일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핵군축 등에 초점을 맞출 거란 관측이 나왔지만 일단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일 핵역량을 포함해 모든 억제력을 가속화하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위해서도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북-미 정상급 외교 재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보편관세에 상호관세 추가 장착 “무역적자 바로잡겠다”

[트럼프發 통상전쟁]
통상전쟁 대상국가 확대 선언… “상호관세, 모든 국가에 영향줄 것”
WTO 다자무역 체제 흔들기 나서… 車 콕 집어 거론 EU 겨냥 분석도
中, 오늘부터 72개 품목에 보복관세


동아일보

7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이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동일한 수준으로 부과할 것”이라며 상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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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가 미국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하겠다. 더 많이도 더 적게도 바라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상호 관세’의 부과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상대국의 관세율과 동등한 수준으로 부과하는 상호 관세 적용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주요국과의 ‘통상 전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상호 관세를 휘두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대폭 부과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WTO 체제는 각국이 사전에 합의한 ‘최대 관세율’ 등을 초과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제매체 배런스는 상호 관세 및 통상 전쟁으로 관세율이 광범위하게 오르면 WTO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자유무역의 원칙을 뒤집는 조치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WTO 체제에 정면 도전할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비록 30일간 유예를 두기로 했지만 그간 사실상 무관세였던 멕시코, 캐나다에 각각 25%의 보편 관세(전 품목에 적용되는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중국에는 4일부터 10%의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하며 ‘관세 폭풍’ 서막을 알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관세 무기 목록에 상호 관세까지 추가하면서 ‘글로벌 통상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무역적자 해소 위해 상호관세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시바 총리를 옆에 둔 채 “미국과 일본 사이엔 10억 달러(약 1조4650억 원)의 무역 적자가 있다. 이를 균형으로 되돌리는 것이 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일 정상회담 후 연 기자회견에서 “만성적인 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를 저해한다.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상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특히 그는 상호 관세가 교역 공정성을 찾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정 국가나 세부 적용 품목을 설명하진 않았다. 하지만 관세 적용 품목으로 ‘자동차’를 콕 집어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자동차에 관세를 매기려고 한 방안이 여전히 유효하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가능한 옵션”이라고 답했다. 또 “우리는 자동차를 공급하지 못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공급하는 사례가 있다. 이것을 동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미국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EU와의 자동차 무역 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상호 관세 적용 범위에 대해선 “모든 국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해 정상회담 때 무역 적자 문제가 집중 거론된 일본은 물론 한국 역시 영향권에 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이던 2018년에도 미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호혜세(reciprocal tax)’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상대국이 자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만큼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 사실상 관세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이 상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하면 WTO 규정을 기반으로 한 국제무역 질서의 훼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WTO는 ‘규칙’에 기반한 체제지만 상호 관세 조치는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겠다는 전략”이라며 “WTO의 분쟁 해결 체제까지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미중 정상 통화 계속 지연

중국 역시 10일부터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당초 방침을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 또한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4일 미국이 중국에 10%의 추가 보편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즉각 “10일부터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8개 품목에 15%, 원유 농기계 대형 자동차와 픽업트럭 등 72개 품목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관세 개시 전 양국이 협상해 극적인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지만 아직 양국 모두 협상 의지를 적극 드러내지 않았다. 두 정상의 전화 통화도 지연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두고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 역시 미중 고위급 통화에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보편관세(universal tariff)
모든 수입품에 똑같은 관세를 부과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

상대국의 관세율에 맞춰 그 나라 상품에 같거나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

호혜세(reciprocal tax)

상대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만큼의 세금을 상대국에도 부과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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