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신문 미리 제출도 이해 안돼”
헌재 “양측에 동일하게 적용”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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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6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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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반대신문 사항을 변론 전날 제출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진술이 이어지자 절차를 문제 삼아 헌재 결정의 정당성을 흔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입장문에서 “헌재는 증인신문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진실 공방이 오가고 진술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지고 있어 더 질문할 필요가 있음에도 시간 제약으로 인해 더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큰 우려를 갖게 한다. (헌재) 재판 절차는 공정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증인신문 시간을 주신문과 반대신문은 각 30분, 재주신문과 재반대신문은 각각 15분으로 제한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대한민국 법정에서 반대신문 사항을 하루 전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헌재가 유일하다”며 “증인이 거짓말하고 있음을 밝힐 기회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헌재는 시간 제한과 반대신문 사항 제출은 모두 청구인과 피청구인 양측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일축했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 진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재판관 평의에서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초시계까지 이용해 양 당사자에게 공평하게 동일한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신문 사항 제출에 대해서는 “증인에게는 신문 사항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7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면회를 온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헌재에 나가 보니 이런 식으로 곡해가 돼 있구나. 이제야 좀 알겠다”며 “헌재에 나간 게 잘한 결정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헌재 진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지연시킨 尹측, 재판관-신문절차까지 10건 문제 삼아
[尹 탄핵심판]
尹측 끊임없는 ‘헌재 흔들기’
증인신문 시간 제한 등 거론하며… “방어권 제대로 안지켜줘” 주장
법조계 “尹측 재판 흠집내기 일관… 헌재 결정 불복 염두 둔 여론전”
“증인 돌아가십시오.”(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재판관님, 3분만 질문을….”(윤갑근 변호사)
“아닙니다. 약속을 하셨고요.”(문 권한대행)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신문 시간이 모두 끝난 때였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홍 전 차장에게 추가 질의를 하려 하자 재판부가 제지했다.
8일 윤 대통령 측은 “(헌재에서) 방어권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고 반대신문 사항을 하루 전에 제출하게 한 것 등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무리한 주장”이라며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을 염두에 둔 여론전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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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尹 재판 흠집 내기에 일관”
현재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신문은 주신문과 반대신문 각 30분, 재주신문과 재반대신문은 각 15분씩 진행되고 있다. 반대신문 내용은 신문 전날 미리 헌재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신문 시간을 엄격히 제한해 (대통령 측의) 방어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신문 내용 사전 제출에 대해선 “(증인들이) 허위 증언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짬짜미”라고 밝혔다. 헌재가 변론기일 증언보다 검찰 조서를 토대로 재판을 진행한다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9일 입장문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라 할지라도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재판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시간제한은 재판관 전원이 평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이라며 “재판이 무한정 길어짐을 막고자 양측에 동일한 시간을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반대신문 사항 제출에 대해서는 “사무처에서 변론 과정 중 재생되는 영상 등을 준비해야 해 관련 내용을 요청한 것”이라며 “증인에게 반대신문 사항을 전달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검찰 조서와 관련해서는 본인 서명, 변호인 입회 등 절차적 적법성이 담보되는 경우에만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헌재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주를 이룬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부는 소송 지휘권상 증인신문에 시간제한을 두는 게 일반적”이라며 “윤 대통령 측은 자꾸 재판 흠집 내기에 일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미국 연방대법원의 경우 주요 사건에도 신문 시간을 30분밖에 안 준다”며 “증인신문 후 윤 대통령에게 발언권을 주는 등 통상의 민형사 재판에 비해 방어권을 보장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했다.
● 尹, 서류송달-변론기일-재판관 전 과정 문제 삼아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시작 전부터 절차를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관련 서류 송달을 일주일 넘게 거부하면서 재판 개시를 지연시켰다. 지난해 12월 20일 헌재 측이 서류 송달 간주를 결정하고 절차를 진행하자 윤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 27일 변론준비기일 연기 신청을, 올 1월 14일에는 변론기일 일괄 지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관도 문제 삼았다. 지난달 13일 정계선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지난달 31일에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에 대한 회피촉구신청서를, 이달 1일 정 재판관에 대한 회피촉구신청서를 냈다. 윤 대통령 측이 헌재에 절차를 문제 삼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온 건 약 10건에 달한다고 법조계는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헌재가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증인신문에 시간제한이 없었다.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온 5차 변론기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20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주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등 주요 증인신문이 예정되면서 윤 대통령 측의 여론전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이 6일 기일에서 “저는 인원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이후 ‘인원’이라는 단어를 변론 중 거듭 사용한 것에 대해 석동현 변호사는 9일 “이 사람, 저 사람 등 지시대명사로 이 인원, 또는 저 인원이란 표현을 안 쓴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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