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정상회담]
‘금색 투구’ 308년 된 노포에 의뢰… 트럼프 손주들 착용 가능하게 제작
“신이 당신을 구했다” 추켜세우기도
아베 금장 골프채 이은 선물 외교… 트럼프 “이시바 환상적 총리 될것”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선보인 외교술에 주목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칭찬을 쏟아냈고, 특별한 선물을 전달한 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에 비유해 부각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시바의 열띤 노력으로 트럼프의 얼굴에 긴장감 대신 미소가 가득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 선물로 백금으로 도금된 ‘금색 사무라이 투구(兜·가부토)’를 가져간 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1기 때 일본 총리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금장(金裝) 골프채를 선물로 줬고,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만족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뒤 주변에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제는 안심하고 귀국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日 특유의 ‘오모테나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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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진집’ 든 이시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집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을 “진실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이며 양국 관계 또한 새 황금시대를 열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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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 중 이시바 총리의 언행을 두고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환대) 외교’가 또 한 번 발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진행된 사전 기자회견 중 “신이 (지난해 7월 암살 시도에서) 당신을 구했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세계 평화를 가져오라고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개신교 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시바 총리는 매우 강한 사람이다. 그의 명성을 익히 들었고, 그는 환상적인 총리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일본에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오모테나시 외교의 원조로 아베 전 총리가 꼽힌다. 그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 자택인 뉴욕 트럼프타워로 직접 찾아가 금장 골프채를 선물하며 환심을 샀고, 이후 두 사람은 골프 라운딩에 총 5차례 함께 나섰다. 아베 전 총리의 환대 외교가 트럼프 1기 때 일본이 통상전쟁을 피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있다.
● ‘금색 투구’, 지난해 미 대선 직후부터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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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 사무라이 투구 맞춤 제작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색 사무라이 투구’. 이시바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돗토리현의 전통 공예 상점에서 주문 제작했다. 번영, 장수, 풍요 등을 상징하는 덩굴무늬 문양을 새기고 백금 도금을 입혔다. 사진 출처 닌교노하나후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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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백금 사무라이 투구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부터 일본 측이 준비한 선물이라고 교도통신과 민영방송 닛테레 등이 전했다. 이 매체들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지난해 11월 이시바 총리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돗토리현에 1717년 설립된 공예점인 ‘닌교노하나후사’에 금색 사무라이 투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투구는 가로 57cm, 세로 81cm 크기로 어린이의 경우 착용도 가능하다. 투구에는 번영과 장수, 풍요와 활력을 상징하는 덩굴무늬 문양을 새겼다.
닛테레는 금색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반영했고, 10명에 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어린이 손주들을 위해 장식용이 아닌 실제 착용 가능한 투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닌교노하나후사는 사무라이 투구 복제품을 16만8000엔(약 16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 제품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선물은 최근 미국 문화·스포츠계에 부는 사무라이 열풍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세기 일본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쇼군’은 ‘일본판 왕좌의 게임’이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활동 중인 오타니 쇼헤이는 LA 에인절스 시절 홈런을 친 뒤 사무라이 투구를 쓰는 ‘사무라이 세리머니’를 선보였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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