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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MT시평]부당한 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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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군대에서 상관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도록 군인의 권리보장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직접적 계기는 '항명죄 혐의'를 받은 박정훈 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일과 군인들이 12·3 비상계엄을 거부하지 못해 '내란죄'에 연루된 비극의 재발방지 때문이다.

국회에선 용혜인, 이학영, 홍기원, 김현정, 김한규 의원 등이 군인기본법 관련 법률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들은 부당한 명령(사적 지시, 위법을 요구하는 명령, 인간의 존엄성 및 인권을 해치는 명령 등)에 대한 거부권을 명시하고 신고 의무규정을 뒀다. 하지만 이런 의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행정부 시행령에 맡긴 것은 한계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좋을까. 구체적으로 검찰청법 제7조 2항의 '이의제기권'을 준용해 군인기본법에 이를 삽입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2004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청에 따라 검찰청법을 개정할 때 '검사동일체원칙'이란 용어를 제7조 1항에서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바꾸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것을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변경했다.

또한 제7조 2항에서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이나 부당성에 이견이 있을 경우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으로 이의제기권을 명시했다. 2011년 경찰법도 이를 준용해 제24조 2항(국가경찰공무원은 구체적 사건 수사와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하여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을 정했다.

상관의 부당한 명령은 당연히 거부해야 하고 오히려 이행하면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1980년 군대 파벌 하나회가 주동한 12·12 쿠데타도 부당한 명령을 이행했기에 주동자들은 처벌받았다. 군인이 군인기본법의 목적대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를 방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등 국군의 강령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려면 부당한 명령인지 아닌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절차와 권리를 명문화하는 게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군대는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공공성에 대한 헌신과 자발적인 애국심으로 운영되는 '국민개병제'보다 상명하복의 명령과 강제적 의무가 강조되는 '국가징병제'로 운영되면서 많은 한계를 노출했다. 강한 군대를 만드는 일은 군 당국만의 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일이란 점에서 부분적 인권개선만으론 한계가 있다.

이에 강제적 명령과 의무 중심의 국가징병제가 참여와 헌신, 자발적 애국심에 의해 운영되도록 국민개병제로 군의 정책과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급제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도입과 같은 청년들의 시민권 보장,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인정, 고위공직자의 헌신, 시민교육 제도화, 시민의 정치참여 고취, 자원봉사 생활화, 공익활동복무제 등 민주공화국의 정신을 복원하는 데 정책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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