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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수)

증인 끼워넣고 초시계도 동원… 갈수록 서두르는 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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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3일 변론, 신속 재판 방침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출석해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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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예고된 변론 기일이 두 차례 남았다. 재판부가 추가 기일은 잡지 않고 재판 진행을 서두르고 있어 선고 시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지금까지 채택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예정된 오는 13일(8차) 변론 안에 모두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추가 증인이 채택되더라도, 이르면 이달 말 변론이 종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2~3주 뒤 선고가 내려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종결 후 11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종결 후 14일 만에 선고가 나왔다.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신문, 최종 의견 진술 등을 고려해 기일을 한두 번 더 잡을 가능성은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은 상황에 따라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는데, 헌재가 3월 선고를 미리 정해 놨는지 갈수록 서두르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시계로 ‘증인당 90분’ 제한

헌재는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시작으로 비상계엄에 관여한 군 지휘관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6일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박춘섭 경제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하거나, 이른바 ‘정치인 체포 명단’ 등을 작성한 핵심 증인들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하루 3명씩 불러 증인 한 명당 신문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다. 양측에 각각 30분씩 신문하고, 추가 신문 시간 15분씩을 주는 방식이다.

심판정에는 초시계까지 등장했다.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심판정 내에 설치된 빨간색 초시계로, 신문 도중 변동 사항이 있으면 “초시계를 멈춰 달라” “다시 진행해 달라”며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고 있다. 지난 4일 홍 전 차장에 대한 신문을 마치기 직전 윤 대통령 측이 “3분만 시간을 더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8일 입장문을 내고 “진실 공방이 오가고 진술이 이전과 달라져 더 질문할 필요가 있는데도 시간 제약 때문에 제대로 사실 확인을 못 했다”고 반발했다. 헌재 관계자는 “공정한 진행을 위해 초시계를 사용하고 있지만,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구애받지는 않는다”며 “김 전 장관 신문 때는 윤 대통령 측에 시간을 더 많이 줬다”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이진영


◇7·8차 변론에 핵심 증인 4명씩 몰아

헌재는 11일·13일엔 증인을 하루에 4명씩 불렀다. 지난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과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을 추가로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13일로 몰았다. 이에 따라 조태용 국정원장, 앞서 불출석해 재소환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함께 4명이 출석한다. 법조계 한 인사는 “한 명 한 명이 핵심 증인이어서 하루 종일 신문해도 부족할 텐데 한꺼번에 다 몰아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까지 채택된 증인은 총 15명.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한 총리와 이경민 방첩사령부 참모장 등은 채택이 보류됐다. 나머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최상목 권한대행,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20여 명은 모두 기각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때도 증인 25명이 채택됐지만, 하루 4명씩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두 차례 4명이 출석했는데, 이들은 주요 증인이 아니었다. 핵심 증인인 최서원(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은 약 6시간 30분씩 신문을 받았다. 한 헌법학자는 “형사재판이었다면 한 명당 최소 4~5차례 종일 신문을 받았을 핵심 증인들”이라며 “신속성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부실하게 심리하면 결국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헌재 측은 “재판 일정과 진행 방법은 재판관 모두가 참여하는 평의를 통해 대부분 결정된다”고 했다.

◇“질문지 미리 공유... 신뢰성 떨어뜨려”

헌재는 변론 전날 양측에 상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질문) 사항을 제출하게 해 논란이다. 양쪽에서 질문지를 받아 서로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반대신문 사항을 사전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헌재밖에 없다”며 “상대방이 무엇을 물어볼지 알려줘 대비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반대신문은 증인을 신청한 측의 주장을 깨뜨리기 위한 것인데, 미리 공개해 예측하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형사재판에선 볼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반대신문을 받은 쪽에서 증인과 짜고 답변을 준비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했다.

이에 헌재 관계자는 “양쪽 모두에게 동일하게 안내하고 있고, 강제성도 없다”면서 “주요 증인들이 구금돼 있어서 (말 맞추기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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