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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트럼프 1기 땐 10일 만에 대행과 통화… 최상목은 진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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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는 정상 외교 ‘올스톱’

조선일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키르기즈 정상회담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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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18일 만인 지난 7일(현지 시각) 미·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한미는 정상회담은커녕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는 한국이 지난해 11월 7일 일본에 앞서 했지만, 이후 계엄 정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주미 대사·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한덕수 총리가 연거푸 탄핵소추되면서 정상 외교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정상 외교의 중단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이 트럼프 2기 초기 경제·산업뿐 아니라 북핵 등 국가 안보 분야에서도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은 당분간 어렵다고 보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외교, 국방, 정계 등 각종 채널을 동원해 미 측에 조속히 한미 정상 통화를 하자는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미 측은 탄핵 정국을 직접적인 이유로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정상 통화 성사 여부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황교안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통화한 것과 비교해도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개최하려고 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앞서 조 장관은 지난달 23일 루비오 장관과 통화를 갖고 조만간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양국 외교 장관 회담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새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한국이 뒤로 밀리면서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는 “이번 주 조 장관 방미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말이 나왔다.

조 장관은 대안으로 14~16일 예정된 연례 다자 국제 안보 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해 루비오 장관과 양자 회담을 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다만, 이 회담도 아직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이달 중순 방미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하는데, 이 자리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와 함께 한미 정상 통화 추진 등에 대해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한미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에서도 한국이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 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밝혔지만,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관계를 맺겠다”면서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식에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불법 탈퇴한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시설의 전면적 폐기를 요구한 2019년 하노이 회담 때의 ‘빅 딜(Big deal)’이 아닌 일부 소규모 핵 시설의 사찰 또는 폐기를 용인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 딜’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지난 4일 외신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이전 방식으로는 풀 수 없다”면서 군축 수준의 단계적 접근법으로 비핵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협상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안보와 직결되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시시각각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중심에 서거나 주도하지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 8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이 재확인된 데 외교부는 ‘환영’ 성명을 냈지만, 이 원칙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먼저 나오지 못한 것은 씁쓸하다”고 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외교·안보에는 좌우, 보수·진보가 따로 없다”며 “권한대행 체제라도 외교, 국방, 산업 등 각 채널을 통해 한미 외교가 정상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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