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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트 트랙 혼성계주 2000m 결승에서 김태성(73번)을 밀어주는 김길리(28번).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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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이 다시 질주했다. 대륙 라이벌 중국의 안방에서 아시아 최강임을 입증하며 세계 정상 수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여자 1000m(최민정·27·성남시청), 남자 1000m(장성우·23·화성시청) 등 금메달 2개를 추가했다. 한국은 이로써 전날 혼성 2000m 계주와 여자 500m(최민정), 남자 1500m(박지원·29·서울시청), 여자 1500m(김길리·21·성남시청) 금메달 4개를 더해 쇼트트랙에 걸린 금메달 9개 가운데 6개를 차지했다. 금메달 6개는 1999 강원, 2003 아오모리 때와 같은 이 종목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타이기록이다. 개최국 중국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를 수확했다.
한국은 다관왕도 여러 명 배출했다. 먼저 최민정은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여자선수 첫 3관왕이 됐다. 무엇보다 한국이 취약했던 단거리 종목인 500m에서 처음 우승해 숙원도 풀었다. 김길리, 박지원, 장성우도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쇼트트랙은 최근 몇 년간 내홍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동료와 불미스러운 일을 겪은 임효준(린샤오쥔)이 2020년 중국으로 갑자기 귀화했다. 이듬해에는 여자 대표팀 내 불화 사실이 공개돼 후폭풍이 일었다. 황대헌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동료 선수들을 훼방하는 이른바 ‘팀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어진 악재로 우려가 컸지만, 한국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를 통해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2023~202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남녀 세계 1위 박지원·김길리를 중심으로 최민정·장성우 등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루면서 전반적인 조직력이 올라갔다. 탄탄해진 조직력은 보이지 않게 동료 간 호흡이 중요한 개인전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실제 첫 금메달이 걸린 혼성계주부터 조직력이 돋보였다. 박지원·김태성(29·화성시청)·최민정·김길리가 호흡을 맞춰 혼성 2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여세를 몰아 남녀 1500m와 여자 500m까지,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첫날 금메달 4개를 쓸어 담았다.
한국은 둘째 날에도 최민정·장성우가 1000m 정상에 오르며 순항했다. 남녀 계주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자 3000m 계주에선 김길리가 레이스 막판에 중국 선수(궁리)와 몸싸움하다 넘어졌고, 4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바퀴 직선 주로에서 상대에게 인코스를 내준 뒤 블로킹을 시도하다가 중심을 잃었다. 남자 5000m 계주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지원과 중국 선수(린샤오쥔)가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몸싸움을 벌였는데, 중국 선수가 뒤로 밀려났다. 결국 심판은 박지원의 반칙을 선언했고, 한국은 실격했다.
노메달에 그친 계주는 아쉽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1위 박지원·김길리의 위상을 재확인했고, 지난해 휴식기를 보낸 최민정의 부활과 여전한 기량을 확인했다. 박지원·김길리는 첫 종합대회 출전인데도 주눅 드는 기색 없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중장거리(1500m)에서 독보적이었던 최민정은 단거리(500m)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다만 한국의 훈련법, 경기 운영 등을 따라 하며 치고 올라오는 다른 나라 도전을 어떻게 뿌리칠지는 과제다.
하얼빈 여정을 마친 한국 쇼트트랙의 시선은 1년 후로 향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이다. 한국은 지난 올림픽인 2022 베이징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로 참가국 중 가장 많은 메달을 따냈다. 이번 쇼트트랙 대표팀 멤버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에서도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이 크다. 하얼빈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의 과제를 남은 1년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윤재명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동계아시안게임이 처음인 박지원·김길리·장성우가 기대대로 활약했다. 몸 상태가 많이 올라온 최민정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다른 젊은 선수들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발견한 과제를 세세히 분석해 1년 뒤 이탈리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얼빈=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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