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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90년 묵은 ‘상호관세’ 꺼낸 트럼프…‘관세 98% 폐지’ 한국은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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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전쟁 양상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20일 출범 직후 캐나다·멕시코·중국을 겨냥한 추가(additional)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으며 전세계 무역 질서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상호주의에 따른 관세’(Reciprocal Tariff)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대국이 미국에 부과한 관세만큼 미국도 해당국에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매긴다는 취지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 뒤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아마도 10일 또는 11일에 관련 회의를 가진 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호 관세 방식은 특정 국가가 우리에게 특정 금액을 부과하면, 우리도 동일한 방식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가장 공정한 방식”이라며 “이는 고정된 요율 관세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상호주의에 따른 관세법’(RTAA)은 보호무역이 기승을 부리던 1934년에 등장한 바 있다. 관세 장벽을 쌓는 입법(스무트-홀리법, 1930)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민주당이 내놨다. 무역 상대국이 관세율을 낮출 경우 상호주의에 따라 상대국에 대한 관세를 낮출 수 있는 권한을 미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게 뼈대다. 1960년대 말까지 생명을 이어갔다. 트럼프의 구상은 상호주의를 내세운 점에선 같지만 그 방향은 과거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미 정부의 관세 전략은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포석과 함께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라 부족한 세수를 관세 수입으로 메우려는 구상이 깔려 있다. 관세 정책의 강도와 속도가 재정 정책과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조만간 미 정부가 내놓을 감세 및 예산안 패키지 법안과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 공화당은 상·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 정부의 이런 계획이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일단 우리나라와 미국은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돼 있다. 관세 장벽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한국은 트럼프의 상호 관세 구상에서 비켜 있을 공산이 높다는 뜻이다. 2022년 3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을 보면, 두 나라 간 무역에서 품목의 약 98%에 관세가 전면 폐지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상호 관세’의 구체 내용에 따라 전혀 다른 사태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한 예로 관세 부과 기준을 ‘무역 적자액’으로 삼는다면 우리는 막대한 관세를 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호 관세보다는 미 정부가 검토 중인 무역협정 변경과 보편 관세 도입 여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미 정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오는 4월 초까지 검토를 마무리한 뒤 전반적인 관세 정책을 확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보고서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을 보면, 보편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 총수출은 지난해(1~11월) 수출금액 기준 1.9% 감소하며, 중국·캐나다·멕시코에만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총수출 감소 폭이 0.1%를 크게 밑돈다. 양지원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보편 관세 부과 여부가 한국의 수출에 변곡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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