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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동덕여대는 비민주적 행태 멈춰라”…시민들 탄핵 집회 뒤 시위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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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일 오후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려 동덕여대 학생 등 집회 참석자들이 교화인 목화꽃이 인쇄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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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주의’가 화두잖아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덕빌딩 앞에서 열린 동덕여대 학생 시위에 연대 차 참여한 시민 이준성씨의 말이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민주동문회’ 깃발을 든 그는 한겨레에 “여대를 남녀공학으로 바꾸는 건 학교 정체성이 달라지는 큰 문제인데 학교가 학생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우리 일상·직장의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왔어요.”



이날 ‘동덕여자대학교 재학생 연합’(재학생연합)에서 주최한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시위는 관훈동 북인사마당부터 운현하늘빌딩까지 3개 차로에서 진행됐다. 동덕여대 교화인 목화를 앞세운 새하얀 손팻말과 연대 단체·시민들의 깃발, 응원봉이 한데 어우러졌다. ‘달빛연합-기아 타이거즈 & 삼성 라이온즈’라고 쓰인 깃발은 든 시민 한이현(가명)씨도 준성씨처럼 전날인 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데 이어 동덕여대 시위에 합류했다. 이현씨는 “트위터(현 엑스)에서 대학 본부의 비민주적 행태에 맞서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위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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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려 동덕여대 학생 등 집회 참석자들이 교화인 목화꽃이 인쇄된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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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본부의 비민주적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는 동덕여대 학생 시위는 ‘12·3 내란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됐다. 학교 본부가 경찰 고소, 내용증명 발송 등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와중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성·여대·페미(니스트) 혐오’에서 비롯한 괴롭힘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괴롭힘을 부추기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9일 시위 무대에 오른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일부 정치인이 사학비리에는 철저히 침묵한 채 여기 맞서 싸우는 학생들의 투쟁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여성을, 여대를 때리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적 기반조차 만들지 못하는 반여성 정치는 결코 세습 사학의 비리를 공격하지 않는다”며 이준석 의원 발언을 비판했다. 장 전 의원은 “이준석의 반여성 정치와 조원영(동덕여대 학교법인 동덕학원 이사장)의 사학비리는 같은 동전의 앞뒷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재학생연합과 연대해 이날 행사를 공동주최한 ‘플랫폼씨’의 민희 활동가도 무대 위 연대 발언에서 “폭력적인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는 (서부지법) 폭력과 학교의 비민주적 행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저항권 행사를 어떻게 같다고 볼 수 있는가”라며 “폭력적인 건 동덕여대 학생들이 아니라 학교 쪽과 정치인들이다. 평화적인 척하는 중립적 언사야말로 본질을 은폐하고 비민주를 대변하는 왜곡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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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려 동덕여대 학생 등 집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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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 집회가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일대에서 열려 한 참석자가 동덕여대 교화인 목화꽃 모형을 음악에 맞춰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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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를 주최한 동덕여대 재학생연합과 연대 단체·개인들은 연대 성명문을 통해 “대학 본부의 반민주적 행태를 규탄한다”며 학교 쪽을 향해 △학생 대상 고소·고발 취하 △반민주적 대학 운영을 초래한 조원영 이사장 즉각 사퇴 △총장직선제 시행 △여대 공학전환 철회 등을 요구했다.



학교 쪽은 지난 7일 총장과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낸 ‘최근 상황에 대한 입장문’에서 “(사학비리에 대한)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총학생회 대표단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해 공학전환에 대한 학내공론화 및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며 “위원회를 통해 대학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고소 등 법적 조처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동덕여대 학생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한다-동덕여대 재학생 연합이 주최하는 ‘민주 동덕에 봄은 오는가’에 부쳐’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장학금 지급 중단, 54억 손해배상 청구, 형사소송을 인질로 학생들을 압박하는 (학교 쪽) 모습은 정당한 노동자들의 투쟁에 손배 폭탄을 무기로 삼는 자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학교 쪽 대응을 비판했다. 이들은 또한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한 온라인 혐오 표현이 범람하는 문제와 관련해, “동덕여대 학생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노동자 시민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혐오, 폭력의 문제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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