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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중국에 철벽 친 한국 쇼트트랙, 역시나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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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건우, 김태성, 장성우, 박지원, 최민정, 심석희, 노도희, 김길리. 하얼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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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텃세, 감독 선임 잡음에 주요 선수 부상까지…. 경기 전 곳곳에서 켜진 경고등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말끔히 사라졌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오로지 실력 하나로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눌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9일 중국 하얼빈시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남자 계주 5000m 단체전을 끝으로 이틀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9개의 금메달이 걸린 쇼트트랙에서 6개의 금메달(혼성 계주, 여자 500·1000·1500m, 남자 1000·1500m)을 획득하면서 당초 설정한 목표(금메달 6개)를 완수했다. 금메달 수로만 보면 2003년 아오모리 대회 때와 타이기록이다. 은메달은 4개, 동메달은 3개로 총 13개 메달을 품었다.



금메달이 쏟아지면서 여자, 남자 선수 중에서 다관왕을 차지한 이들도 여럿 나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인 최민정(26)은 3관왕(500·1000m, 혼성 계주), 에이스로 우뚝 선 막내 김길리(20)는 2관왕(1500m, 혼성 계주)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박지원(28)이 주종목인 1500m와 혼성 계주에서 2관왕을, 팀 막내 장성우(22) 역시 2관왕(1000m와 혼성 계주)을 차지했다. 최민정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이번 대회가 생애 첫 종합국제대회였음에도 심리적 부담감 없이 제 기량을 온전히 발휘하며 주종목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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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여자 500m 결승에서 1~3위를 싹쓸이 한 최민정(가운데), 김길리(왼쪽), 이소연이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하얼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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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관왕을 차지한 최민정은 그간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한 번도 따지 못했던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다시 한 번 ‘살아있는 전설’임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여자 선수가 겨울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것은 전체 종목 통틀어 최민정이 처음이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을 끝으로 1년간 휴식을 갖고 대표팀에 다시 합류했음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으로 중국 선수들을 압도했다.



여러 우려를 씻고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중국은 주요 국제 대회에서 고비 때마다 ‘나쁜 손’으로 한국 대표팀의 레이스를 방해해 판정 시비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중국 관중들의 함성과 방해 역시 선수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국가대표 감독 선발 과정에서 1순위 후보의 과거 승부 조작 범죄 이력이 드러나, 일정이 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첫날부터 쇼트트랙 강국다운 면모를 보였다. 혼성 계주부터 금빛 레이스를 펼치며 분위기를 띄웠고, 개인 종목에서도 난적 중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개인 종목에서 한 종목(남자 500m)만 제외하고 전부 금메달을 따냈다.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류사오앙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총출동한 중국 대표팀은 남자 500m와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만을 수확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남자 500m에서는 금메달을 따낸 린샤오쥔이 경기 도중 동료의 밀어주기 도움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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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리가 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 마지막 바퀴에서 넘어진 아쉬워하고 있다. 하얼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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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단체전에서는 아쉬움을 삼켰다. 여자 단체전에서는 마지막 주자인 김길리가 반 바퀴를 남겨 놓고 중국 선수와 자리다툼을 벌이다 넘어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 뒤 그는 “언니들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남자 단체전에서는 마지막 주자인 박지원이 린샤오쥔의 진로를 팔로 방해했다는 판정을 받아 실격 처리 됐다. 린샤오쥔 또한 팔로 막아섰으나 박지원만 페널티를 받았다. 카자흐스탄 남자 대표팀은 한국과 중국이 서로 충돌하는 사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남녀 대표팀 모두가 빈손으로 단체전을 마무리한 아시안게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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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에서 열린 2025 하얼빈겨울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박지원과 중국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자리를 다투다가 균형을 잃고 있다. 한국은 실격당했고, 중국은 동메달을 땄다. 하얼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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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이번 첫 아시안게임은 굉장히 인상 깊었고, 좋은 경험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 실격 처리된 단체전을 놓고선 “제 경기 치고는 몸싸움이 많았던 경기였다. 하지만, 제가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깔끔함을 추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인 린샤오쥔에 대해서는 “너무 어릴 때부터 같이 경쟁해서인지 서로 고생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열심히 운동했고 때로는 서로를 인정하고 지원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올림픽에서도) 저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역시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남겼다. 린샤오쥔은 “초등학교때부터 같이 훈련해온 친구인 지원이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할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경기장에서는 경쟁자이지만 밖에서는 친구라서 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하얼빈=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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