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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이시바의 ‘트럼프 치켜세우기’…일본 언론 “미국만 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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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한 사진첩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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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를) ‘신이 택한 남자’라고 확신했다고 생각했다.”



7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벽난로 앞에 앉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치켜세우기’로 미-일 정상회담 대화의 문을 열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선 유세 도중 귀를 스쳐 간 총격을 당한 뒤 주먹을 치켜드는 사진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진에 대해 “역사적인 한장의 사진이었다”고도 말했다. 정상회담 당일 아침 떠오른 ‘아이디어’를 써먹었다고 한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두려움을 모르는 모습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다”거나 “(자신과) 성향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간지러운 말도 주저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외교·안보·경제 분야 현안뿐 아니라 두 정상 간 개인적 신뢰 관계 구축에도 공을 들였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선물로 금을 좋아하는 성향을 고려해 황금빛 사무라이 투구를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절친했던 고 아베 신조 총리의 재임 당시 관료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파악하는가 하면, 트럼프 부부와 친분이 깊은 아베 전 총리의 아내 아키에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과거 아베 전 총리의 통역으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리틀 프라임 미니스터’(작은 총리)로 불렸던 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을 통역으로 긴급 차출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시바 총리의 ‘아첨 외교’가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는 예민한 주제였던 미국의 대일본 관세 부과와 일본의 ‘보복 관세’를 묻는 질문에 “가정된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총리가 보인 태도를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진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의 태도에 대해 “두 정상 간 첫 정상회담에서 미·일간 불씨가 될 쟁점을 피한 것”이라며 “일본 쪽 기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냉담했던 반면 미국 쪽 기자들은 농담으로 받아들여 큰 웃음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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