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작성 과정 놓고 엇갈린 진술들
홍장원 메모 원본은 폐기돼, 보좌관이 작성
보좌관 진술서 공개에 국회 측 변호인단 제지
윤상현 "이재명·한동훈 체포 의혹은 과장된 정보"
박수영 "보태 쓴 부분은 조작 가능성 높다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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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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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야기한 핵심 요소인 '정치인 체포조' 주장을 담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관련 메모가 '조작 가능성' 논란에 휩싸였다.
홍 전 차장이 작성했다는 메모가 홍 전 차장 본인이 아닌 보좌관이 다시 쓴 것이었던 것으로 드러난데 이어, 메모가 작성되던 정황에 대한 설명도 엇갈리고 있어 메모의 신빙성에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해당 메모가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다는 근거로 활용되면서 내란죄 몰이를 야기했던 만큼, 홍 전 차장 메모의 진위 여부는 정치권을 넘어 향후 재판에서도 치열한 공방의 중심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체포 명단’을 폭로했던 홍장원 전 차장은 ‘오염된 메모’ 논란을 자초했다"면서 "여 사령관에게 체포 대상을 통보받을 때 받아 적었다던 메모가 원본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보좌관에게 옮겨 적게 하고 자신이 가필한 메모이며, 원본은 버렸다는 것"이라면서 "온 국민에게 충격을 준 ‘이재명·한동훈 체포’ 의혹의 과장된 정보였음이 밝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SNS에서 "지난주 헌재 재판에선 내란몰이로 탄핵을 촉발한 두 핵심증인의 메모, 증언의 신빙성이 상당히 흔들리는 진술과 증거가 속속 제시됐다"면서 "내란죄 억지프레임이 깨지고, 지지율이 추락하자 이재명 민주당의 당황, 조급함이 이제 극에 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영 의원은 홍 전 차장의 메모에 대해 "가장 의심스러운 것이, 너무 급하게 써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 보좌관이 정서한 뒤 원본을 버렸다는 주장"이라면서 "이걸 일부러 찢어서 버렸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작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보좌관이 정서했다고 주장하는 문서에 홍장원 본인이 가필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된다"면서 "보좌관이 정서했다면 있는 그대로 정서했을텐데, 거기다 뒤에 보태 쓴 부분은 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보좌관을 증인으로 불러 필체 감정도 할 것을 촉구한 박 의원은 "시중에는 가필한 글씨체가, 메모를 최초 공개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의원의 글씨체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홍장원 메모'는 '오염된 메모'로 드러났다"면서 "홍장원 전 차장은 원본은 버렸고, 나중에 기억을 떠올려 옮겨 적게 했다는 '보좌관'은 밝힐 수가 없다고 했다. '홍장원 메모'는 결코 신뢰할 수 없는 '오염된 메모이자 허위 메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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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12일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메모에 대해 언급하던 모습. 사진=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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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메모 작성 과정을 놓고 엇갈린 정황이 포착된 것도 여권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 전 차장이 정치인 체포조 관련 주장을 하던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 1차장을 지낸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연락을 하면서 박 의원에게 관련 내용들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홍 전 차장과 소통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홍 전 차장이 전한 메모를 '정치인 체포조'의 유일한 물증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홍 전 차장이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할 때 옆에서 보좌관이 받아적었다고 설명했으나, 홍 전 차장은 변론기일에서 자신이 먼저 메모를 작성한 뒤 알아보지 못해 나중에 자신의 보좌관이 다시 옮겨 적었다고 말해, 박 의원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메모 원본은 버렸다고 홍 전 차장은 밝혔다.
홍 전 차장 보좌관의 진술 공개를 놓고도 헌재 변론기일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홍 전 차장 보좌관의 진술서를 제시하려 하자, 국회 측 변호인이 "증거로 채택 안됐다"면서 제지에 나선 것이다.
이에 홍 전 차장은 "보좌관이 한 명이 아니다. 세 명 다 그렇게 진술했나"라고 윤 대통령 측 변호인에 이례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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