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재계 "52시간 규제는 돌덩이…특례조항, 핵심…野압박
野, 이재명 '전향적 입장'에도 당내 반발…"사회적 논의 필요"
野 "'국가 재정지원' 부분 우선 처리" 요구에 與 "특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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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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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주 52시간 특례를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로 반도체특별법 2월 입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당은 주 52시간 특례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재정 지원이 우선인 만큼 주 52시간 논의는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특례조항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의 2월 국회 내 처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가의 재정 지원만 담은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기업들이 요구하는 핵심인 주 52시간 특례가 제외된 만큼 별도 입법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규제에 대해 “돌덩이”라고 직격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재부 간부회의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주요국에 비해 손 발이 묶여있는 반도체 첨단 연구개발 인력들에 대해선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만 한다”며 주 52시간 특례조항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주 52시간 특례가 포함된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7일 “(반도체법 등의) 논의가 결정되는 시점에 추경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崔대행 “반도체 연구인력, 마음껏 일할 여건 만들어야”
재계도 주 52시간 특례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고객사 맞춤형’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객사의 요구를 맞추려면 유연한 근로시간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K반도체’ 대표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요 고객사인 미국 업체들과의 시차를 고려할 경우 유연한 근로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내부 사정은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3일 토론회에서 “특정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고소득 전문가가 동의할 경우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까지 법으로 통째로 막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고 밝혔지만, 당내 반발은 예상보다 거세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논란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내 ‘레드팀(조직 내 반대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아온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6일 “기업이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노동시킬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하는 얘기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공개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선 진 의장을 비롯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하다.
주 52시간 특례가 근로기준법의 후퇴라며 민주당이 절대 받아들여선 안 되는 ‘레드라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원은 “노동법은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며 “이 대표가 강력 추진해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野 내부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 경쟁력이 장시간 근로냐” 반발
민주당에선 현행 근로기준법상으로 최대 6개월의 탄력근무제 등이 이용 가능함에도 기업들이 이를 활용조차 하지 않고 제도 개선만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의원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장시간 근로시간을 도입해서 경쟁력을 확보했느냐”며 “근로시간 특례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가의 재정지원 방안만 담은 반도체특별법 입법을 2월 내 마무리하고, 주 52시간 특례 문제는 추후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근로기준법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다. 주 52시간제가 사회적 대화로 도입한 제도인 만큼 특례 조항 역시 노사정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선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은 국가의 재정 지원임에도 여당이 주 52시간 특례 조항을 이유로 입법을 막고 있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조차 주 특례 조항 포함에 부정적이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김태년 의원도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반도체산업 성장도 함께 지체된다”며 “일단 법을 통과시키고 52시간제 논쟁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조정해 나가면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주 52시간 특례 문제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반도체법 2월 내 입법은 또 다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반도체 특별법 등을 논의할 국정협의체는 회의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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