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 고심 끝에 미국 현지 법인 설립
현지에 '울타뷰티', '세포라' 등 경쟁자 포진
K뷰티 세계화 + 내수기업서 탈피해 성장성 확보
그룹 계열사 CJ대한통운 미국 법인과의 협업
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OEM도 미국에 공장
![]() |
지난해 7월26일부터 29일까지 미국 LA에서 열린 KCON LA 2024에 꾸려진 올리브영 부스. CJ올리브영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CJ올리브영이 고심 끝에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미 현지에 '울타뷰티', '세포라' 등 경쟁업체들이 포진해 있지만, 내수기업에서 탈피해 성장성을 확보하고 트럼프 관세 정책에도 대응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올영, 美 '울타뷰티' 아성 넘을 수 있을까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L.A.)에 현지 법인 'CJ Olive Young USA'를 설립했다. 우선 온라인몰 역량을 끌어올린 뒤 빠른 시일 내 현지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수년간 국내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올리브영이 새로운 동력을 미국에서 찾기로 한 이유는 K뷰티의 세계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뷰티 시장 규모는 전체 시장 대비 4분의 1 수준인 1200억달러(약 156조원)다. 이는 지난해 K뷰티 전체 해외 수출액(102억달러)의 10배 이상 규모다.
그러나 미국은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장이다. 이미 세포라(Sephora), 울타뷰티(Ulta Beauty) 등 올리브영과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체인점들이 미 전역에 퍼져있다. 특히 울타뷰티의 경우 지난해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이 애플 주식 일부를 팔아 투자했을 만큼 잠재력이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CJ그룹 내에서도 울타뷰티 등의 존재 때문에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을 끝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K팝, K뷰티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내 메인스트림(주류) 문화로 보긴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CJ그룹 내에서 많은 현금 창출을 일으키는 올리브영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분명 큰 결단"이라고 말했다.
내수기업으론 상장 '글쎄'…해외 모멘텀 필요
![]()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CJ그룹 내 사실상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 역할을 하는 올리브영이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 진출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 가치를 키워야한다고 판단해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내수기업으로만 살아남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에게 2024년은 창사 이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적과는 별개로 올리브영 상장에는 걸림돌이 있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과 피크아웃(실적 정점 후 하락) 등의 우려로 상장을 해도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멘텀(momentum)이 필요한데, 오늘날 내수기업들에게 모멘텀은 '해외에서 얼마나 돈을 버느냐'이다. 현재 대부분의 유통·식품업체들의 주가가 심한 저평가 국면에 접어든지 오래인데, '불닭 열풍'으로 전체 매출의 약 70%를 해외에서 올리는 삼양식품만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사례만 봐도 유통·식품업체의 성장성은 해외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관세 정책도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성비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K뷰티는 미국의 관세 부과 시 타격이 우려된다.
美 현지 법인·공장과의 시너지 기대
![]() |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한국 코스맥스 공장. 코스맥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에 이미 그룹 계열사 CJ대한통운이 있다는 점도 올리브영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유통업체가 새로운 나라로 진출 시 물류망 확보가 중요한 과제인데, 올리브영은 CJ대한통운 미국 법인과 연계해 현지에서 직접 상품을 발송할 수 있는 물류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한통운과 협업해 현지 물류센터도 개설한다. 계열사간 협업은 그룹 전체 차원에서 봤을 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화장품 OEM(위탁생산)업체도 미국에 이미 공장이 있는 상황이다. 코스맥스는 미국 뉴저지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연간 약 1억3천만개의 화장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제1공장에서 연간 약 1억8천만개의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제2공장까지 가동되면 총 생산량은 3억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그러나 올리브영이 미국에 진출했다고 해서 미국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국내 화장품 업체가 모두 현지생산을 한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이를 환율, 현지 인건비 등과 비교한 뒤 결정할 문제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메이드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붙었을 때 오는 이점이 있고, 또 현재 고환율이다 보니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서 팔 때 그만큼 가격적인 이점도 있다"면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지켜본 뒤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對)한국 관세 정책이 올리브영 미국 법인의 향후 사업 향방을 결정할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