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5 (화)

한일 한파 부른 '북극 온난화'…트럼프 영토 야욕도 불렀다[이세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세기]

[편집자주] '이'번 주 '세'계 '기'후 소식을 전합니다.

북극 온난화가 심화하면서 최근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20도 이상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극 온난화로 이번 주 한국에는 입춘 한파가 이어졌고 일본에는 기록적 폭설이 내렸다. 세계 곳곳에서 가시적인 기후 변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 변화는 사기"라며 반환경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북극 온난화를 환경 문제가 아닌 개발 기회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머니투데이

한파가 이어진 2월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천호대교 인근 얼어붙은 한강 위로 눈이 쌓여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극 평년 기온 20도 상승…40년 동안 해양 온난화 속도 4배 빨라져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 관측 결과 이달 2일 기준 북극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20도 이상 높았다. 북위 87도에서 측정된 기온은 영하 1도보다 높아 얼음이 녹는점인 0도에 가까워졌다.

핀란드 기상연구소의 기상학자 미카 란타넨은 "매우 극단적인 겨울철 온난화 현상"이라며 "지금까지 관측된 상황 중 가장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북극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심각한 수준에 속한다"고 말했다.

C3S 기상학자 줄리앙 니콜라스는 아이슬란드 상공의 저기압이 북동 대서양의 따뜻한 공기를 북극으로 유입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동 대서양의 뜨거운 바다가 북극 온난화를 심화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레딩대학교 크리스 머천트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해양 온난화 속도는 4배 이상 빨라졌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평균 해수면 온도는 10년마다 0.06도씩 상승했지만, 최근 10년 사이에는 0.27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해양 온난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시간 동안 눈 129㎝…'북극 한파' 덮친 한국·일본

머니투데이

4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극 온난화는 '북극 한파'의 주요 원인이다. 이 때문에 북극 한파를 '온난화의 역설'이라고도 부른다. 북극의 한기는 평소 '폴라 보텍스'(polar vortex)라는 거대 소용돌이에 갇혀 있다. 하지만 북극 기온이 오르면 폴라 보텍스가 약해져 북극 한기가 내려오게 된다.

북극에서 내려온 한파는 이번 주 한국과 일본을 덮쳤다. 한국에는 봄 대신 찾아온 '입춘 한파'로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에 머물고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추위가 이어졌다. 지난 4일 일본 홋카이도 동부 오히비로 지역에는 단 12시간 만에 눈이 129㎝ 쌓여 일본 내 관측 사상 최고 강설량을 기록했다. 이전 최고치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기록이다.

북미 대륙에는 한 달 전부터 북극 한파가 기승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캐나다 국영 CBC방송에 따르면 캐나다 대부분 지역에 북극 한파 경보가 발령됐으며 특히 추위가 극심한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에는 2일 기준 보험금 청구 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약 40% 급증했다.


트럼프와 '북극 온난화'의 역설…"기후위기가 영토 야욕 키웠다"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했다.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취임 첫날부터 '북극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취임식이 열린 지난달 20일 미국에는 '북극 한파'발 혹한이 예보됐다. 이에 따라 애초 야외무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취임식은 미 의회 의사당 내에서 진행됐다.

비록 북극 온난화가 트럼프의 취임식 계획을 바꿔놨지만, 트럼프는 북극 온난화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환경 전문 기자인 올리버 밀먼은 지난달 13일 가디언에 실린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장악하려는 열망은, 역설적으로 그가 부인하는 '기후 위기'에 의해 커졌다"고 지적했다.

북극 온난화로 그린란드의 80%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북서 항로와 자원 개발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노리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트럼프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한다"며 운영권을 되찾겠다고 공언했는데, 중국이 파나마 운하에 투자한 배경에도 기후 변화가 있다. 기후 변화로 파나마 수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운하 운영이 어려워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 중국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를 향한 야욕도 지정학적 이유라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1기 책사 역할을 맡았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 6일 글로벌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캐나다에 대한 관심은 전략적이고 지정학적"이라며 "우리가 관세에 관심이 팔려 요점을 놓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넌은 북극이 "21세기 미국·중국·러시아의 패권 싸움의 중심"이라면서 캐나다가 미국의 군사적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 보호를 위해 캐나다 북부 국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린란드를 합병하고 파나마 운하를 탈환하고 캐나다 북부 국경을 보호해 남북 경제·군사 회랑을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